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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분석 24] 이란 배후 후티파 사우디유전 공격은 대미협상 ‘유리한 고지’ 선점위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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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분석 24] 이란 배후 후티파 사우디유전 공격은 대미협상 ‘유리한 고지’ 선점위한 전략

현지시간 13일 이란이 배후에 있는 예멘 무장조직 후티파의 드론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인 사우디 유전.이미지 확대보기
현지시간 13일 이란이 배후에 있는 예멘 무장조직 후티파의 드론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인 사우디 유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유전에 대한 드론 공격은 예멘의 무장조직 후티파에 의한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서의 공격배경에는 미국이 이란제재의 완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간단히 거래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메시지를 미국에 던지는 ‘딜을 위한 공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우디 유전에 대한 드론 공격은 미국의 이란제재 향방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 드론 사우디유전 공격의 충격

사우디 최대석유기업 아람코의 유전 2곳이 현지시간 13일 드론에 의해 거의 동시에 공격을 받았다. 그 직후 이웃나라 예멘의 무장조직 후티파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범행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후티파의 배후에 이란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란은 이것을 전면부정하고 있다. 트럼프도 현지시간 15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범인을 알고 검증하고 있으며, 임전태세를 취하고 있다”라며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다.

후티파는 예멘정부와 대립하는 무장조직으로 이란과는 이슬람의 종파(시아파)로 일치한다. 반면 사우디는 이란과 종파가 다를(수니파) 뿐 아니라 예멘정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의 이란제재에도 협력적이다. 그 때문에 후티파는 지금까지도 자주 사우디의 유전이나 국제공항 등에 드론이나 로켓으로 공격해 왔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그 ‘임팩트’의 크기로 보아 지금까지의 공격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랍의 대국’으로서의 사우디의 권위가 손상된 것뿐만 아니라 사우디 석유생산량이 50%까지 감소할 수 있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 공격타이밍이 왜 지금이었을까?

만일 이번 공격이 실제로 후티파에 의한 것이며 이란도 이것을 묵인하고 있었다면 그 임팩트는 정치적인 의미에서도 크다. 그것은 왜 지금인가라는 문제다. 후티파를 지원하는 이란은 핵개발 문제를 놓고 트럼프 정권으로부터 ‘최대한 압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에는 최근 이란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었다. 지난 10일 강경파인 볼턴 대통령 보좌관이 갑자기 해임된 것도 트럼프와의 북한과 이란제재 완화에 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장본인의 한 사람으로 이란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해임은 트럼프의 대 이란정책의 유연화를 뜻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다.

■ 대이란 압력완화 조짐 역이용했나?
트럼프는 2005년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각국에 이란과의 거래제한을 강요하고 호르무즈 해협 일대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유지연합 결성을 호소하는 군사적 압력도 가하는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란은 대항자세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트럼프가 국제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실제 유지연합에의 참가를 표명한 것은 영국, 바레인, 호주의 3개국에 그치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위해 유리한 소재를 갖추고 싶은 트럼프에게 이대로 이란제재를 가속해도 기대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볼턴을 해임해서라도 이란제재 완화를 향한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타이밍에서의 공격은 외관상 미국의 의도를 역이용한 것으로 후티파나 이란은 미국과의 교섭을 바라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 유리한 교섭 위한 전략일 가능성

그러나 견해를 바꾸면 이란이나 후티파가 이번 공격을 실시했다면 바로 이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상대에게 무시당하며 불리한 거래를 맺는 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존재감을 크게 보여 교섭결렬도 불사하는 행동에 나서는 것은 드물지 않다. 이는 트럼프가 즐겨 애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중국과의 무역 마찰에 대해 올해 1월로 예정됐던 중국의 각료 2명의 미국행을 갑자기 중단시킨 것도 그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것은 트럼프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었지만, 교섭이 한창인 지난 5일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키면서 미군 12명이 사망했다. 이것에 대해 아프간의 NGO 대표는 “협상수단으로서의 테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란이나 후티파에 있어 이번 공격은 “싸구려 협상은 없다”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된다는 것이다.

긴장의 발단이 미국의 일방적 행동인 만큼 이란정부는 그동안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와 협상을 하면 2015년 핵 합의 번복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란에서 보면 협상자체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란이나 후티파에 있어서는 미국이 조건 없이 손을 떼는 것과 동시에 미국과 정면충돌을 피하는 것도 대전제다. 따라서 이란이나 후티파는 트럼프에게 “이대로 이란과의 충돌에 이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게 할 정도로 미국의 시설이나 미국인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앞으로도 군사행동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 이란으로서도 만만찮은 리스크

하지만 이러한 방침 아래서 이란이나 후티파가 이번 공격을 실시했다 해도 거기에는 ‘리스크’도 있다. 볼턴과 함께 강경파의 한 명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번 공격에 대응해 이란을 비판하고 각국에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폼페이오 입장으로서는 이란 제재완화로 가닥을 잡은 트럼프의 마음을 되돌릴 절호의 기회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자극할 수도 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왕세자는 7일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통해 “사우디가 반격의 의지도 능력도 있다”라고 전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미국 이상으로 반(反)이란적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게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트럼프에게도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압박이 된다.

하지만 원래 트럼프에게 국내용으로 ‘나쁜 이란에 대항하는 영웅’으로서의 연출 이상으로 이란과 본격적으로 대치할 의도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이번 공격이 미국정부 강경파나 사우디를 자극한 것인 만큼 트럼프도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지만, 만약 트럼프가 국내사정을 우선시해 실질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미국과 사우디에는 또 다른 역풍이 불수도 있다. 이런 모든 관점을 분석해 볼 때 이번 공격은 이란을 둘러싼 긴장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