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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직장인과 국회의원, 그리고 잠자는 금융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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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직장인과 국회의원, 그리고 잠자는 금융법안

이효정 금융증권부 기자
이효정 금융증권부 기자
직장인들은 아침에 지하철을 타면 두 다리만 겨우 비집고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숨이 막히도록 비좁지만 어떻게든 몸을 구겨넣어 계속 가야할 때 이렇게 숨막히는 현실이 있을까 싶어 고달프다. 그래도 직장인들은 매일 아침 회사에 간다.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며 주어진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이렇게 일을 하고 보상을 받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도 연봉 1억5000만 원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올해는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국회와 '개점휴업', '난장판'이라는 단어가 콤보처럼 계속 따라 붙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사태로 동물국회라는 말이 나왔다. 최근에는 '조국 사태'로 야당의원들의 잇딴 삭발까지, 이제는 이슈마다 여야의 갈등이 끝을 달리는 양상이다.

이렇게 정쟁으로 물든 국회 본연의 역할인 입법 활동에 진전이 크게 없다는 평가다. 국회 관계자는 "올해는 계속 법안 준비만 다 해놓고 정작 입법이 안되고 있다"며 "각종 이슈로 국회는 개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신념으로 인해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녀와 관련된 의혹,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진상규명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국회가 정쟁에 치우쳐 주어진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세금으로 연봉을 챙기면서 주어진 일을 안하니 직장인으로 치면 근무태만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데이터경제 3법 개정안의 경우 비교적 여야의 의견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동되지 않는 국회에 기대를 거는 것은 허무한 일이 되고 있다.

특히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카드사들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사업),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에 진출하기 위한 제도적 근간이 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신용카드업계의 규제 완화를 얘기할 때 국회에서 신정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반복해서 언급한다.
이외에도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S·DLF)의 대규모 손실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의 입법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P2P(개인간 거래)법안도 발의된지 2년만에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아직 본의회가 남아있어 아직 대기상태다.

지금 이순간에도 국회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조국 사태 등으로 올해 국정감사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고, 국정감사 이후에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내년 총선까지 감안하면 20대 국회에 남아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일각에서 사실상 20대 국회가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갈등으로 일 안하는 국회에 잠들어있는 법안들은 20대 국회에서 심의·의결이 안되면 자동폐기된다. 폐기되는 법안들은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원점에서 발의부터 다시해야 한다.


이효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