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이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업종에서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수입국은 비축량을 풀어 수요를 조절하고 타 정유사로부터의 수입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 또 세계 각국의 정유사들은 원유의 안정적 조달에 대한 우려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사우디 또한 생산 감소에 따른 당장의 부족분을 재고로 메우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그나마 한국이 일본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몇 년 전부터 사우디와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미국산 원유를 늘려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는 4000만 배럴을 넘어서 지난해 연간 총 수입량(6094만 배럴)의 70%를 이미 들여온 상태다. 물론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사우디산 원유는 3억2317만 배럴로 미국산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지만, 수입처 다변화 노력에 따라 대응책 강구에 유리하며, 이 때문에 손실은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 안정 공급의 지속성이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일본의 스가와라 잇슈 신임 경제산업상은 16일 "국내 비축분은 230일분이 있어, 필요하다면 방출 공급량을 확보하겠다"며 공급 불안은 없다고 기업들의 동요를 막고 있다. 그러나 원유와 관련된 기업들은 사우디 시설 복구가 장기화될 경우의 영향 등을 검토하고 이에 대응한 조치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정유회사 JXTG홀딩스는 안정적인 공급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위기에 대한 대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방책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우디의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5%에 해당하고 있어, 단기적인 유가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미중 무역 마찰에 의한 글로벌 경기의 둔화 우려가 강해지면서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었는데, 여기에 또 다른 원유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관련 기업들을 추격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중동정세의 불안과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산 셰일 원유의 수입을 확대하는 한편, 최근 생산량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중국산 셰일의 공급망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