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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8년만의 ‘닮은꼴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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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8년만의 ‘닮은꼴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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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8월 고용동향’과 관련, 페이스북에 “서프라이즈(Surprise)! 반가운 마음”이라고 적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홍 부총리는 “이런 고용 개선은 매우 고무적이며 또 매우 의미 있는 변화와 추세다. 이런 변화가 착근되도록 모든 정책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었다.

‘서프라이즈’는 언젠가 들어본 말이었다. ‘검색’을 했더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11년 9월 ‘아주 닮은꼴인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시 박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8월 취업자 수가 49만 명 증가한 것은 ‘서프라이즈’를 넘어 ‘빅 서프라이즈’”라고 했다. 영어로 ‘빅 서프라이즈(Big Surprise)’라고 했으니, 놀라도 ‘엄청’ 놀랐다는 표현이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실해지고 있는 점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따라서 국민은 꼭 8년 만에 경제정책 최고 당국자의 ‘서프라이즈’라는 ‘탄성’을 들은 셈이다. 깎아서 말하자면 ‘재탕 서프라이즈’였다.

홍 부총리뿐 아니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일관되게 다져온 정책 방향을 꾸준히 추진했고 성과들이 고용 측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태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용 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찬하고 있었다. “올해 연간 취업자는 작년보다 20만 명 이상 늘어나 당초 목표치인 15만 명을 크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8월 취업자 수가 45만 2000명 늘어난 것은 ‘비교 대상’인 ‘작년 8월’의 지표가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년 8월에는 취업자 수가 달랑 3000명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만든 일자리가 대부분이라,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전체 증가분의 86.5%인 39만1000명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인 ‘30~39세’ 취업자 수는 9000명, ‘40~49세’는 12만7000명 감소하고 있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4000명 감소, 여전히 부진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작년 4월부터 17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고용노동부는 8월 구직급여 지급액이 7256억 원으로 작년 같은 달의 6158억 원보다 17.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7월의 7589억 원보다는 적지만 또 7000억 원을 넘었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홍 부총리가 ‘서프라이즈’라고 놀랐던 지난달 하반기 기업들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용 쇼크’를 넘어서 ‘고용 증발’ 수준이라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또,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구직자 3612명을 대상으로 ‘2019 하반기 취업을 원하는 기업’을 조사한 결과, 37.6%가 ‘취업만 되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렇다면, 수치만 좋아졌을 뿐 나아진 게 ‘별로’인 고용동향이었다. ‘서프라이즈’는 오히려 국민 입에서 나왔어야 좋았을 말이었다. 정부의 난데없는 자화자찬에 국민이 되레 ‘서프라이즈’인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