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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항공업계, 출구없는 깊은 불황터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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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항공업계, 출구없는 깊은 불황터널에 빠졌다

원화 약세·고유가에 일본보이콧 영향…급성장 저가항공사 직격탄 맞아

한국 저가항공사 제주항공.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저가항공사 제주항공.
한국항공사들이 원화가치 하락과 고유가에다 한일갈등에 따른 일본여행객 감소로 깊은 불황에 빠졌다. 특히 1분기까지 급성장해온 저가항공사(LCC)는 2분기 이후 직격탄을 맞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맞았다.

뉴스위크재팬은 17일(현지시간) 한국 LCC들이 원화환율 급등과 고유가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3분기들어 일본과의 갈등으로 달러박스였던 일본노선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기대하던 10대 재벌이 참여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연간 1000만~1300만명으로 추산되는 한국인 연간 해외여행객은 2013년부터 급증해 지난해에는 28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005년부터 난립해온 한국 LCC 각사는 국제선을 강화해 항공운임의 저가격화가 진행돼온 영향이 크다. 방한 중국인의 증가도 겹쳐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보유대수를 2016년 26기에서 올해 44기로 늘리는 등 LCC 각사는 보유항공기수를 지난 2014년 66기에서 150기까지 증설했다.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방위미사일 방위체계·THAAD)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한국여행을 제한하면서 LCC는 보유항공기를 일본노선에 투입했다. 일본노선은 비행거리가 짧고 취항도 자유로워 수익을 올리기 쉬웠다. 지난 2014년 7만799편이었던 일본편수는 지난해 12만3000편까지 43%나 확대됐으며 방일 한국인도 지난해에는 750만명을 기록해 5년 전과 비교해 3배나 급증했다. 일본노선이 한국LCC 국제선의 4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LCC는 일본의 주요공항은 물론 지방공항에도 취항해 확대를 지속했지만 올해 2분기에 적자로 전락했다. 엔고와 연료비의 급등이 겹친 때문이었다.

지방노선을 중심으로 적자가 눈에 띄기 시작하자 LCC는 탑승률의 증가를 노리고 특가이벤트를 반복했다. 한번 취항을 시작한 노선의 휴·폐지는 쉽지 않다. 지방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하자 지자체와 기업이 인프라정비와 이용확대에 예산을 투입했다. 일방적인 휴폐지는 재취항이 어렵고 기업의 이미지 추락도 피할 수 없다. 노선에 따라서는 연료비를 포함해 1만 엔 이하로 왕복할수 있는 항공권이 일상화했으며 특히 에어서울은 29만9000원(2만7700엔)으로 한일노선 50일간 무제한 이용 캠페인을 실시했다.

LCC각사는 적자가 확대돼도 3분기에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7~8월에 일주일 정도의 여름휴가를 가는 사람이 많고 9월에는 추석 연휴가 있다. 일본도 3연휴가 이어져 오봉휴가도 있다. 한일 모두 해외여행 성수기인 것이다.

3분기기 사작된 올해 7월을 기점으로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발생했다. 방일하는 힌국인 여행객이 감소하고 LCC는 지방노선을 중심으로 중단 내지 감편을 발표했다. 적자노선을 운항중단하는 구실로 불매운동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이콧 재팬’의 움직임은 점차 확대됐다. 취소 수수료 부담을 기피하는 이용객으로 7월 방일 한국인은 전년 같은 기간의 7.6%에 그쳤고 신규예약은 반토막이 났다. 8월에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은 전년보다 3.2% 증가했지만 일본행 여행객은 19.5% 감소했다.

9월의 연휴는 더욱 심각하다. 에어부산은 연휴 2주일전의 시점에서 전년에 90%였던 예약이 40%대까지 급감했다. 이용률은 반감했지만 이미 휴지 또는 감편을 실시한 노선도 있어 실제 이용자는 4분의 1에 불과했다.

노선 휴지로 남아도는 비행기를 다른 노선에 돌리고 싶은 LCC지만 중국이 신규노선을 인정하지 않는 등 성수기 시기를 맞출 수 없었다. 게다가 수익성이 높은 한일노선을 커버하는 노선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 항공기수난은 LCC만이 아니다. 올해 4월에 주식매각을 발표한 아시아나항공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입찰공고 이후 1개월이 지난 8월 25일까지 입찰에 참가한다고 업체는 제주항공을 산하에 두고 있는 애경그룹 1개사 뿐이었다.

매각 주간사 그레딧 스위스증권은 예비입찰을 거쳐 이달 10일까지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대우 등 4개 그룹을 적격매수자 후보로 선정했지만 10대 재벌의 참가는 없었다.

매수 예상액은 1조5000억~2조 원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8조 원에 달한다. 애경그룹의 자산은 약 3조 원으로 유동자산규모는 1조2000억 원 정도다. 인수해도 부채를 보전할 여지는 없다.

올해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화물수송 부진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객은 계절 등의 요인으로 변동이 있지만 산업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화물수요가 증가할 전망은 없다.

10대 재벌 등 한국기업으로서는 신규참여가 어려운 자국 브랜드의 대형항공사를 보유하는 대외적인 효과는 크지만 전망이 밝은 재료가 보이지 않는 아시아나항공의 매수는 부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