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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발전사 'LNG 개별요금제' 기싸움 벌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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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발전사 'LNG 개별요금제' 기싸움 벌이는 까닭은

"현행 평균요금제로는 직수입 급증·국제가격 변동에 탄력적 대응 한계"
정부·가스공사 2022년 도입 추진에 발전사 "형평성·역차별 문제" 반발
산업부 보류 발표에 가스공사 "의견수렴 뒤 시행" 확인에 갈등 재점화

한국가스공사가 직접 탐사, 개발, 생산해 국내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들여오고 있는 호주 프렐류드 가스전의 해양 부유식 액화플랜트(FLNG) 모습. 사진=한국가스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가스공사가 직접 탐사, 개발, 생산해 국내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들여오고 있는 호주 프렐류드 가스전의 해양 부유식 액화플랜트(FLNG) 모습. 사진=한국가스공사
오는 2022년로 예정된 액화천연가스(LNG) 개별요금제 도입을 둘러싸고 제도 시행을 지지하는 산업통상자원부·한국가스공사와 반발하는 발전사들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발전사의 강한 반발에 산업부가 잠정보류를 발표해 발전사가 승세를 잡는 듯 했으나, 가스공사가 의견수렴을 거쳐 LNG 개별요금제 시행 의지를 확인하면서 다시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20일 가스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발전사들의 반발로 잠정 보류된 발전용 LNG 개별요금제를 발전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산업부는 2022년부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발전용 LNG 수요자에 개별요금제를 적용하기로 했다가 발전사들 반발에 부닥치자 시행 일정을 보류한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그럼에도 업계는 2022년까지 시일이 많이 남은 만큼 산업부와 가스공사가 세부 규정 등을 보완해 개별요금제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스공사가 체결한 모든 LNG 도입계약 가격을 평균해 전체 발전사에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평균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평균요금제는 발전용 LNG뿐만 아니라 도시가스 전체에도 적용된다.

반면에 새로 도입하려는 개별요금제는 말그대로 평균요금제와 달리 공급자인 가스공사와 수요자인 발전사가 계약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개별요금제를 사실상 발전사가 LNG를 직수입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제도로 간주하면서도, 다만 직수입 시 자체 저장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개별요금제를 채택하면 가스공사가 직접 LNG를 저장하고 공급하기 때문에 발전사의 저장시설 설치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2022년 이후 체결하는 공급계약부터 개별요금제를 적용하는 한편 기존 공급계약이 종료되지 않은 발전사는 기존대로 평균요금제를 적용하되 계약 종료 이후에는 직수입이나 개별요금제를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발전사들의 반발과 산업부의 보류 발표로 개별요금제의 시행이 불투명해지자 가스공사가 서둘러 발전사와 유관기관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제도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불씨를 살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발전사들이 개별요금제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 문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개별 기업에게 자체수요를 위한 LNG 직수입을 허용했다. 초기 직수입량은 미미했지만 2010년대 중반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확대 이후 직수입은 급증했다. 가스공사가 정하는 평균가격보다 직수입 가격이 10~20% 저렴했기 때문이다.

LNG 직수입 물량은 2005년 전체 1.4%인 33만톤에서 10년 뒤 2015년 188만톤(5.6%)에 이어 지난해 617만톤(13.9%)으로 급증했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 LNG 도입의 31.4%인 1000만톤 이상이 직수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LNG 직수입 발전사도 2005년 2개사에서 지난해 9개사로 늘었다.

그러나 가스공사와 국내 발전사간의 LNG 공급계약은 통상 20년 단위로 체결된다.

즉, 최근 가스공사와 '평균요금제'로 계약을 체결한 발전사는 2022년 이후 최대 16~17년 가량을 상대적으로 비싼 LNG를 공급받을 수밖에 없고,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고 개별요금제로 갈아타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최근 평균요금제로 체결한 발전사는 급전 순위에서 밀리는 '역차별'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변동비 반영시장(CBP)' 제도에 따라 전력수요가 증가할 때 연료비가 낮은 발전기부터 가동하기 때문이다.

평균요금제 계약 중인 발전소는 효율 좋은 최신 발전기를 가지고 있어도 개별요금제로 계약한 노후발전소보다 발전 순서에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LNG 비축의무가 없는 직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수급안정성을 저하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에 직수입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요금제 도입은 불가피할뿐만 아니라 평균요금제보다 장점이 많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평균요금제에서 직수입자는 언제나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가는 편향적인 태도)'이 가능하기에 직수입자는 국제 LNG 가격이 낮을 때는 직수입을, 반대의 경우에는 평균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어 이런 구조적 문제로 항상 평균요금 상승이 초래되고 있으며 결국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정부와 가스공사는 개별요금제 시행을 통해 발전시장의 경쟁 구도를 조성해 '전기요금 인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글로벌 가스기업인 가스공사의 구매 경쟁력을 활용해 개별 민간사업자보다 저렴하게 LNG를 구매할 수도 있고, 개별요금제를 선택하면 가스공사가 이윤없이 공급할 수 있어 발전사에도 유리하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현재 가스공사의 평균도입가격은 직수입에 비해 높지만 동일시기 도입계약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가스공사 도입가격이 직수입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또 발전사의 선택권을 확대할 뿐 아니라 직수입 여력이 없는 소규모 발전사의 경우 개별요금제로 직수입과 같은 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전력시장에서 발전단가의 경쟁력 확보를 가능하게 해준다.

아울러 가스공사는 개별요금제 적용으로 LNG 비축의무를 질 수밖에 없어 수급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직수입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이상 가스공사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천연가스의 공공재 성격과 가스공사의 공공부문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요금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평균요금제와 직수입이 병존하는 국내 전력시장 구조에서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개별요금제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 에너지 효율 제고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