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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데스노트’ 비켜가는 ‘불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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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데스노트’ 비켜가는 ‘불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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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현직 경찰관이 여고생에게 20만 원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가 들통 난 사건이 있었다. 성매매를 한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다. 경찰관은 ‘근무시간’에 그런 짓을 하고도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오리발이었다.

술 취한 여대생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추행을 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경찰관도 있었다. 법원은 “현직 경찰관 신분을 가지고도 피해자를 유사 강간해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있었다.

두 경찰관에게는 ‘희한한 공통점’이 있었다. ‘어린 여성’을 성매매하고, 추행했다는 ‘공통점’이 아니다. 이름이 ‘모(某)’라는 ‘공통점’이다.

언제부터인지,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모’다. ‘모’가 아니면 A씨, 또는 B씨다. 언론 보도가 그렇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은 ‘모’다.

이름만 ‘모’가 아니다. 얼굴도 ‘모’다. TV에 나오는 범인이나 용의자의 얼굴은 대부분 마스크로 가려지고 있다. 국민은 웬만해서는 흉악범의 얼굴조차 확인할 수 없다.

영화로도 제작된 일본 만화 ‘데스노트’는 범죄자의 이름을 노트에 적으면 ‘키라(킬러)’의 심판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스노트’가 있다고 해도, 범죄자의 이름을 적을 재간이 ‘절대로’ 없다. 이름이 죄다 ‘모’이기 때문이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유경험자가 일으키는 ‘재범’이 많다고 한다. 한 번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은 또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못된 범인의 이름도 ‘모’다. 얼굴은 마스크로 거의 덮여 있다. 아마도 인권보호가 첫째, 경각심은 그 다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밝혀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의 이름은 ‘이춘재(56)’라고 했다. ‘이씨 성의 50대 남성’이라고 했다가 이름이 공개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끔찍한 연쇄살인범도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려서 처단할 수가 없다.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스노트’는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를 고려, 얼굴과 이름을 모두 알아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이춘재’는 얼굴이 공개될 때까지는 ‘불사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공소시효’도 이미 지났다.

종류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데스노트’는 있다고 했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다. 그러니까 ‘정당 데스노트’다. 얼마 전,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겠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이름을 올리지 않은 ‘정당 데스노트’다. 심상정 대표가 주말인 21일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정의당 결정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고 사과한 ‘데스노트’다.

어쨌거나, 이 ‘불사조 이춘재’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발끈하고 있다. ‘조국 물 타기’로 의심된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당은 “경찰이 조국 사태 촉구 시국선언 이슈를 덮기 위해 부랴부랴 수사 상황을 발표한 것이 아닌지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채익 의원은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보다 1시간가량 앞선 시각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했다는 언론 브리핑을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