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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민주노총 확전 양상에 요금수납원 농성 '더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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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민주노총 확전 양상에 요금수납원 농성 '더 꼬인다'

9일 이후 농성 장기화에 민주노총 직접 나서 '비정규직 해결 이슈화' 집중
도로공사 본사 앞 임시대의원·결의대회, 정의당도 당직자회의 지원 사격
회사 "농성해제 먼저, 대법판결 승소자만 직접고용"...경찰은 강제진압 신중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공사 직원들이 출근하는 진입로 양옆에 도열해 있는 모습. 사진=한국도로공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공사 직원들이 출근하는 진입로 양옆에 도열해 있는 모습. 사진=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에 계약해지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본사 점거농성이 보름을 넘기며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성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이 점거투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하반기 국내 노사분쟁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24일 도로공사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전날인 23일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제69차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하반기 투쟁계획을 논의했다.
대의원 수백명이 참석한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도로공사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전체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야외에서 대의원대회를 연 것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개최한 이후 10년만이다.

이틀 전인 21일 전국 각 단위와 지역 민주노총 조합원 2000여명이 도로공사 본사 앞에 모여 '민주노총 결의대회'도 갖고 도로공사 측을 압박했다.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은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파면과 해고된 요금수납원의 전체 직접고용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의 잇단 움직임은 도로공사에 맞선 투쟁을 기존 요금수납원 노조원 차원에서 민주노총 전체 차원으로 격상시킴으로써 하반기 전체 노사분쟁의 최대 사안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초부터 시작한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구조물(캐노피) 고공농성과 지난 9일 시작한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은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연맹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난 21일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인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등 중앙과 지역 간부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일반연맹 관계자는 "이번 톨게이트 투쟁은 전체 비정규직 투쟁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라고 규정지은 뒤 "도로공사와 투쟁은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투쟁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19일에는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당직자들도 도로공사 본사 농성현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상무위원회를 열고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에게 즉각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며 민주노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선 농성해제-후 대화'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본사 건물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업무방해를 하는 상황에서 대화는 불가능하기에 점거농성을 먼저 풀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름 넘게 장기간 점검농성 상황에선 요금수납원들과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사실상 대화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성자와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계약해지 요금수납원 1500여명의 전원 직접고용에도 도로공사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368명 요금수납원 당사자에 한해 직접고용을 진행한다는 기존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요금수납원 499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청인 도로공사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도로공사는 지난 9일 법적 검토를 거쳐 최대 499명을 직접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요금수납원 측은 같은 내용으로 현재 1,2심을 진행하고 있는 1000여명의 요금수납원들도 모두 똑같이 대법원 판결을 적용해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불거졌다.

대법원 판결 이후 도로공사는 당사자 499명에게 지난 18일까지 본사 근무와 자회사 근무 중 선택해 줄 것을 통보했고, 이 가운데 자회사 근무를 선택한 50명을 대상으로 23일 소집교육을 실시했다.

오히려 법적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도로공사는 불법점거가 장기화될수록 명분을 쌓아가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문 안에 현재 하급심을 진행 중인 요금수납원들도 직접고용 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점거농성과 관련해 노조원에 인권침해는 없었으며 반대로 불법 점거농성으로 도로공사 직원은 물론 주변지역 주민까지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측은 공사 직원 20여명이 손가락 인대 절단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며, 매일 아침 출근길에 노조원들이 양쪽에 줄지어 서서 출근 직원들에게 욕설과 구호를 퍼붓는 등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원들이 매일 밤 문화제를 명목으로 노래를 불러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사내 수영장 폐쇄로 지역주민 1100여명과 생존수영 수업을 받아야 하는 초등학생 230여명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강제진압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도로공사 점거농성과 관련, "노사간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법적인 문제로, 노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민 청장은 "묵과할 수 없는 폭력행위나 회사 본질적 기능을 정지시킬 정도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이 발생할 땐 경찰이 개입할 것"이라면서도 "어떠한 상황에서든 경찰력은 최후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기본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