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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고위험상품, 증권사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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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고위험상품, 증권사의 몫”

최성해 금융증권부 기자
최성해 금융증권부 기자
최근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해외국채DLS사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가 지난 19일 첫 만기를 맞으며 공포가 현실로 바꿨다. 대상은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금리 연계상품 DLF로 손실률이 60.1%로 확정됐다. 원금 1억 원을 투자했다면 약 4000만 원만 돌려받았다는 뜻이다.

이 DLF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초자산인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사모펀드다. DLS는 기초자산의 가치변동과 연계한 증권을 뜻한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잇따르며 만든 사람 잘못인지, 판 사람 책임인지, 아니면 산 사람 탓인지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책임을 따지기 전 기억할 원칙이 있다. 바로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투자의 기본원칙이다.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어떤 정도의 위험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익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 아래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금융상품은 위험도 커진다. 거꾸로 위험을 낮추려면 기대수익도 낮아진다. 위험과 수익은 동전의 앞과 뒤로 그 관계를 아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파생상품은 이 위험과 수익을 조합하는 기초자산이나 설계방식이 무궁무진하다. 물론 그 바탕에 앞서 언급한 ‘고위험 고수익 원칙’이 깔려있다.

반 토막 넘게 손실이 난 이 독일국채DLS도 마찬가지다. 해당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 이상일 경우 연 5~6% 고수익을 내지만 금리가 –0.1% 아래부터 손실이 발생하고 -0.5% 아래부터 원금 전액을 잃는 구조로 설계됐다.

당시 미국, 유럽에서 금리인상의 흐름이 나타난 데다, 최근 10년 이내 독일의 금리가 마이너스로 하락한 사례가 한 번뿐으로 마이너스금리가 연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지금보면 그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으나 그 당시 관점에서 중위험 중수익 관점에서 설계된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있다. 전망이 빗나간 것에 대해 설계한 발행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냐는 것이다. 순수하게 설계만 따질 경우 어긋난 전망으로 손실을 보면 발행사 책임이고 수익이 나면 책임이 아니라는 이상한 전례가 마련될 수 있다.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니냐”라며 “예측이 틀렸다는 그 자체만으로 책임을 지면 누가 금융상품을 만들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고위험 고수익의 원칙에 따라 DLS를 설계한 발행사가 아니라 수익만 강조하고 이를 원금보장형 상품인양 팔며 이 원칙을 어긴 판매사의 책임이 크다. 피해자들도 한결같이 판매사로부터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못 들었고,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이 없다는 말에 가입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 없는 판매직원 상담도 사태를 키웠다.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해 잘 모르는 판매직원은 ‘만기상환 확률 100%, 원금손실가능성 0%’라는 내부 교육자료만을 믿고 손실발생초기에도 중도해지를 권하지 못했다. 결국 복잡한 설계를 한 발행사가 아니라니 상품을 원금인양 투자자의 눈을 가린 판매사에 책임이 있는 셈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게 적절한지 생각해볼 일이다. 발행사는 여전히 시장을 이기기 위해 위험과 수익을 조합하는 파생상품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이 고위험상품은 전문인력이 팔아야 하는데, 예금대출같은 안전자산에 익숙한 은행인력이 제대로 상담할지 불투명하다. 당장 은행인력의 투자IQ를 끌어올리기에 적잖은 시간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공백기에 제2의 DLS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DLS 같은 초고위험 금융상품만이라도 투자자보호를 위해 위험에 익숙한 증권사가 파는 것이 맞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