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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남녘에 이는 춤바람, 최정윤 안무의 역작…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전통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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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남녘에 이는 춤바람, 최정윤 안무의 역작…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전통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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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안무자 최정윤)이 뜨겁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딴 진도에서 그들은 ‘춤, COSMO 프로젝트’ 첫 번째 프로젝트를 진수시키고, ‘한국 전통춤의 세계화’ 로 가는 정기연주회 <전통에 물들다>를 선보였다. 지구촌 시대에 대중춤의 클래식화를 염두에 둔 코스모(COSMO, COSMOPOLITAN의 약어)적 공연은 당연한 연행이지만, 지리적 여건이 불리한 남도에서의 적극적 움직임은 중국 소림사에서 무술 시범을 보는 것 같은 신비감을 불러 왔다.

뜨거운 여름날의 사연을 하나씩 안고, 세속의 들뜸을 가라앉힌 무용수들은 수련계의 내공의 춤의 묘미를 분출하고 있었고, 국악원 명칭에 걸 맞는 연주와 소리는 악가무가 동근일체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전통에 물들다>는 인접 공연예술과 현대를 차용한 영상이 자연에 가깝게 가는 행위임을 주지시키면서 남녘에서 불어오는 훈풍을 통째로 껴안고 있었다. 뜨거운 열정을 살포시 감추고, 조신하게 풀어간 무용단의 연행은 바다를 차고 나는 제비의 모습이었다.

최정윤 안무의 <전통에 물들다>는 ‘가락.. 신명이로구나’(삼도설장고), ‘꽃.. 흐드러지다’(규장농월, 진유림류), ‘내리소서, 내리소서..’(대신무, 진유림류), ‘恨.. 선율에 풀다’(살풀이춤), ‘춤, 흥에 물들다!’(버꾸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춤의 현대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미래 자산의 전형을 만들어 가는 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작업은 안무자의 발전지향적 역량 아래, 중앙무대에 자극을 주고, 해외교류를 통한 무용단의 위상 정립에 도움을 주는 바람직한 활동이다.

국립남도국악원의 무용단, 성악단, 기악단은 서로가 상부상조하며 상대방이 주체가 되는 공연에 품앗이를 한다. 이날 해설은 국악원의 오혜원이 맡았고,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곁들인 해설과 변모하는 무용단의 각고의 노력을 설명했다. 국악원의 세 단체가 어우러진 공연은 풍성하였으며, 출연자들이나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무용단의 다섯 작품은 정체성을 견지하면서도 흥신을 끌어내는 예술적 가치와 문화 전통 형성의 문화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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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삼도설장고'.


‘가락.. 신명이로구나’(삼도설장고): 암전 속에서 들려오는 느릿한 장고소리, 눈밭에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의 여인들, 삼도(충청・호남・영남) 농악 중 대표적 장구가락을 재구성한 설장구를 연주한다. 열 대의 장고는 느림에서 빠름으로 섬세하고 다채로운 가락을 연주하다가 합쳐지고 다시 흩어진다. 우두머리가 세 명씩 세 무리를 두르고 장고가 연주되는 가운데 춤이 병행된다. 변정섭의 태평소가 어우러지고, 추임새가 인상적이다. 기악단 수석 한재석이 지도한 다스름으로 시작해 휘모리장단, 굿거리장단, 덩덕궁이장단 (삼채가락), 휘모리장단 (자진삼채가락) 순서의 장고춤은 품위를 겸비한 화려함과 기교적 예술성이 구축된 삼도설장고의 전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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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진유림류의 규장농월.


‘꽃.. 흐드러지다’(규장농월, 진유림류): 규장농월은 여인네들이 흥겹게 노는 모습을 담 너머에서 훔쳐보는 것을 말한다. 경기소리꾼 채수현이 ‘노랫가락’을 부르며 선비역할을 한다. 선비들은 달을 보며 시를 짓고 노래하고 거문고를 타면서 즐기거나 여인네들은 아름답게 노는 모습을 연출한다. 장고를 두고 다섯 여인은 연주와 춤을 오간다. 장고와 채를 운영하며, 어깨의 위, 아래를 오가며 연출되는 다양한 춤 동작이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의 정취를 자아낸다. ‘나비야 청산가자’가 절정의 봄을 알리고 장고소리에 맞춘 입춤이 화답하면서 춤은 종료된다. 무릉도원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 춤은 최정윤이 재구성하여 격조의 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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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진유림류 대신무'.

‘내리소서, 내리소서..’ (대신무, 진유림류): 대신무는 몸에 신이 내려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되는 서울굿(한양굿)을 기본으로 하고, 화려한 무복과 양손에 여러 무구를 번갈아 들며 추는 강신무이다. 서울굿은 기본 12거리 구조로 거리의 수, 배치순서, 명칭은 무당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최정윤이 재구성한 작품은 무대 중앙에 큰 천이 내려와 한 명이 주도하고 네 명이 잡고, 그 안에서 다섯 명의 무녀가 춤을 추는 형식이다. 춤을 추다가 세 명의 무녀는 객석으로 내려와 축원하고 들어가고, 무대 중앙에 투영되는 천신은 무녀들의 축원을 받아들인 듯하다. 군무로써 무용수들의 강렬하고 역동적 움직임이 극적 구조를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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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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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恨.. 선율에 풀다’(살풀이춤, 이매방류): 접근하기 어려운 기품과 우아한 춤사위가 강조되는 살풀이춤은 살풀이가락에 맞춰 추는 춤이다. 최정윤은 홀춤으로 투명한 블루에서 흰 한복을 입고 춤을 추었다. 전통춤꾼에게 살풀이춤은 자신의 무용적 기교를 보여주는 태산과 같은 명제이다. 최정윤은 성악단 수석 허정승의 구음에 맞추어 공간을 분할하며 디딤과 사위, 진법과 기교로 애절한 분위기를 연기해 내었다. 최정윤은 여유롭게 시간을 안배하면서 품격을 표현했고, 그녀의 춤은 수건을 이용하여 넋을 풀어내고 맺으면서 신비적 단자를 단다. 최정윤은 가족 같은 아픔을 같이 나누며 세속적 속박을 경계하는 예술적 가치의 멋 부림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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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서한우류 버꾸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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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서한우류 버꾸춤'.

‘춤, 흥에 물들다!’(버꾸춤, 서한우류): 전남 해안지역 완도 금당도에서 행해지던 농악놀이를 서한우류로 완성한 춤이다. 서한우와 진도국악고 학생들이 특별출연한 작품이다. 버꾸는 농악의 북보다는 작고 소고보다는 큰 중북으로 춤 출때 끈을 이용해 손목에 건다. 우도농악의 다채로운 판굿 가락을 바탕으로 몸체의 호흡과 동작을 얹어 화려한 움직임들로 구성되었으며, 향토색 짙은 마당놀이를 무대예술화한 것이다. 버꾸춤은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적 역동성이 두드러지며 신명과 흥을 자아낸다. 이번 공연을 위해 최정윤이 재구성한 작품은 기악단 사물팀, 무용단을 합쳐 스물다섯 명이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해낸 마무리 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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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윤 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 안무자

최정윤, 춤 발전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자신을 불사를 준비가 되어있는 열정의 한국무용가 이다. 자신의 독창적 역량을 보여준 다체로운 <전통에 물들다>는 무대공간을 꽉 차게 활용하였고, 주어진 여건에서 단(團) 간의 조화를 이루면서 상위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이번 작품들은 의도적 부풀림을 배제한 절제의 미덕을 보여준 작품들로 짜여 있었다. 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근성과 끈기의 산물은 지역주민들의 열렬한 호응과 관광객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다. 춤꾼의 수련은 연한이 없으며, 내공은 숨기려고 해도 알려지는 법이다. <전통에 물들다>는 후속작이 기대되며, 국립남도국악원 무용단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수작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사진=양동민@fotoyangdong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