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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인도 車시장 18년 만에 '급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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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인도 車시장 18년 만에 '급브레이크'

현대·기아는 SUV '베뉴'로 가속페달

인도 시장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SUV만은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모든 메이커들이 SUV 신기종 출시를 유일한 불황 ‘돌파구’로 선정하고 나섰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시장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SUV만은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모든 메이커들이 SUV 신기종 출시를 유일한 불황 ‘돌파구’로 선정하고 나섰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불과 2년 전 호황을 누렸던 인도 자동차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인도 자동차산업협회(SIAM)가 최근 발표한 8월 인도 국내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2% 감소한 24만8421대를 기록했다. 그중 승용차(PVs)는 31.6% 감소한 19만6524대를 기록했으며, 상용차(CVs)는 38.7% 감소한 5만1897대에 그쳤다. 그리고 감소치는 7월보다 소폭 늘어났다.

이러한 인도 자동차 시장의 상황은 18년 만에 기록한 ‘최악’의 침체로, 게다가 연간성장률의 침체기는 1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SIAM은 “대폭적인 침체로 산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직접 호소하고 나설 정도다. 불황의 늪에 빠진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는 현대와 기아차 등의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자동차 시장 역성장, 인도 경기 침체 부추겨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불과 3분기 전까지 호조세를 기록했으며, 특히 승용차 연간 판매 대수는 지난 5년 동안 약 33%나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에, 한국의 현대와 기아 자동차는 인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높이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자동차 그룹(SAIC)도 인도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야심찬 투자를 진행해 왔다. 판매가 침체되기 전까지, 인도는 2020년까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로컬 자동차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도 곤경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일본 스즈키와 현지 업체의 합작 메이커인 마루티스즈키인디아(Maruti Suzuki India)의 지난 8월 판매 대수는 9만4728대에 그쳐 무려 35.9%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타타 자동차(이하 타타)도 48.4% 감소한 3만2343대를, 인도 전기자동차(EV) 선도 메이커인 마힌드라&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 이하 마힌드라)는 28.6% 감소한 2만7362대를, 도요타는 24.1% 감소한 1만701대를 기록했다. 그나마 현대 자동차는 16.6% 감소해 타 업체에 비해서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이들 메이커 모두 이전 7월에 비해 최소 6.6%에서 최대 15% 가까이 감소세는 늘어났다.

게다가, 자동차 판매 부진이 업계의 비용 절감을 부추기면서, 대규모 인원삭감을 초래하고 있다. SIAM 데이터에 따르면, 판매점과 부품 업체 2개 부문에서 이미 33만 명 이상이 해고됐으며, 자동차 메이커에서도 적어도 1만5000명의 임시 직원이 해고되었다. 신규 채용도 전면적으로 멈춰있는 상황이다.

현재 인도 자동차 시장의 상황에 대해 인도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ACMA)는 최근 성명에서 ‘위기 상황’이라고 일축하고, 최대 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인도 전체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인도 정부에 대해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 인하와 자금지원 등 구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ACMA 비니 메타 이사는 인도 자동차 산업의 현실에 대해 ‘Recessionary phase(불황기)’라고 표현하며 심각함을 호소했다.

■ 비용절감 ‘고육지책’, 공장 중단 사례도 증가


심지어 일부 메이커는 비용 절감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타타는 7월 2주 동안 4개 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췄으며, 마힌드라는 이보다 앞선 4∼6월 여러 공장에서 단축 가동을 시행했다.

혼다도 7월 중순부터 판매가 부진한 일부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고, 델리 외곽의 그레이터 노이다(Greater Noida)의 공장은 15일간 조립라인을 돌리지 않았다. 이어 9월 27일에는, 인도 상용차 대기업 아쇽 레이랜드와 다임러도 현지 공장 절반에 대해 몇 주 이내에 폐쇄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생산이 줄면서 이는 즉시 임시 근로자의 해고로 이어졌다. SIAM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인도 15개 주요 자동차 메이커가 고용했던 임시 근로자의 7%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 배출 규제와 대출 부진, ‘그림자 은행’이 원인


과거 약 20년 만에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인도 자동차 시장의 역경을 풀이하면, 새로운 안전 기준과 배기가스 규제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으며,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금융 기관이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대되었고, 이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외면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그림자 은행’이 제공한 유동성의 수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자동차 시장의 악화가 진행되면서 은행이 자동차 업계의 융자 폭을 지속적으로 줄여오기 시작하자, 소비자들은 비은행 금융 회사(NBFC)라고 불리는 인도의 그림자 은행으로 몰려갔다.

신용평가기관 ICRA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상용차(신차 및 중고차)의 55∼60%, 승용차 30%, 이륜차의 65%에서 구입 시 NBFC 대출이 이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인도 그림자 은행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인프라 리싱 앤 파이낸셜 서비스(IL&FS)’가 비리 혐의와 채무 불이행으로 파탄했다.

이후 경쟁 업체들은 줄지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됐으며, 이는 곧 대출 비용 급상승을 초래해 사태의 악화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그림자 은행이 위기에 빠진 영향으로 자동차를 살 때의 재원 조달이 어렵게 됐으며, 이 때문에 전국에서 많은 딜러가 폐쇄에 몰리고, 이는 곧장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 현대·기아 8월 반등 성공, 마루티와 격자 줄여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침체 속에서도 현대·기아는 그나마 감속세를 둔화시키며 선방하고 있다. 올 7월까지 인도 UV 시장의 성장세는 여전히 플러스(+)를 기록했는데, 마루티스즈키와 타타 등과 3파전을 다투는 현대는 6월 출시한 소형 SUV ‘베뉴’가 호기를 타면서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다.

기아 또한 인도 시장 진출 첫 모델인 소형 SUV 모델 ‘셀토스’가 인기를 끌며 판매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7월부터 생산을 개시하여 사전 계약 기간 보름 동안 1만대가 넘게 팔렸으며, 출시 후 6일 만에 3335대가 팔리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현대차 역시 지난 7월 인도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0%나 감소하고, 8월에는 16.6%로 늘어나는 등 고전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7.8월 판매 대수에서는 4만3481대에서 4만5801대로 소폭 늘어났기 때문에, 실적 반등은 이룬 셈이다. 동시에 마루티스즈키와의 경쟁폭도 줄었다. 게다가 현대차인디아(HMIL, 3.8% 감소 기록)의 같은 기간 수출이 13.6% 늘어나면서 생산 감축에 대한 압력도 해소된 상태다.

■ 전 메이커, 불황 ‘돌파구’로 SUV 강세 노림수


인도 자동차 시장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SUV만은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모든 메이커들이 SUV 신기종 출시를 유일한 불황 ‘돌파구’로 선정하고 나섰다.

먼저 타타는 8월 30일 유일하게 검정색만 선보였던 SUV ‘해리어((Harrier)’ 모델에 ‘다크에디션’을 추가했다. 타타에 따르면, 다크에디션은 최상위 등급 ‘XZ’를 기반으로 14곳을 업그레이드 했으며, 내장 인테리어도 블랙으로 통일하고, 시트는 독일 유명 메이커의 가죽을 채용했다. 반면, 가격은 167만6000루피(약 2850만 원)로 그리 높지 않게 책정해 인도 소비자들의 인기를 유도하고 있다.

이어 마루티스즈키는 9월 21일 신형 SUV '에스프레소(S-PRESSO)' 모델을 올가을 인도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 시장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에스프레소는 마루티 스즈키가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디자인하여 개발하는 신형 SUV로, 역동적인 디자인과 함께 안전 성능도 강화시켰다. 또, 차체 크기는 소형이지만 실내는 보기보다 넓게 설계됐다.

한편, 고가형 모델에서도 SUV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9월 상순 영국 고급차 메이커 롤스로이스는 최근 첫 SUV '컬리넌(Cullinan)‘을 인도에서 발표했다. 가격은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과 같이 6950만루피(약 11억8220만 원)라는 엄청난 고가로 책정됐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인도 시장에서 충분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실제 인도 주요 딜러들 사이에서는 “인도 자동차 시장은 발밑에 깔린 감속 기색이지만, 최고급 차량 부문에서는 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으며, 전체 SUV 시장에대 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그리고 저가형 SUV에 인도 국민들이 선호하는 컬러와 안전성, 쾌적함 등을 보강한다면 불황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