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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노인의 날’ 지하철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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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노인의 날’ 지하철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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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鄭澈·1536∼1593)의 시조를 뒤져보자.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설워라커늘 짐을조차 지실까.”

이 시조를 현대식으로 ‘패러디’하면 이렇게 읊을 수 있을 것이다.

“지공거사 저 늙은이 다리가 후들후들/ 젊은 다꼬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네/ 늙기도 설워라커늘 앉기조차 어려울까.”

지하철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머리 허연 늙은이를 앞에 세워두고 ‘쩍벌남’과 ‘다꼬녀’는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니면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척하고 있다.

노인들 앉으라는 ‘경로석’에서도 그런 ‘현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으면, 잠이 들었거나 잠을 자는 척하는 ‘현상’이다.
반면, 쩍벌남이나 다꼬녀에게 자리 양보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좀처럼 있기 힘든 ‘현상’이다. 많은 노인들은 대체로 그냥 서서 간다. 쩍벌남과 다꼬녀가 목적지에서 ‘후다닥’ 또는 ‘부랴부랴’ 내리고 난 후 자리를 차지하는 게 ‘보통 노인’이다.

그런데, 지하철은 그 '보통 노인'까지 싸잡아서 못마땅해 하고 있다. ‘지공거사의 무임승차’ 때문에 지하철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아우성이 잊을 만하면 들리고 있다.

‘무임 손실 비용’이 수천억 원대다, 그 바람에 투자를 제때 하지 못해서 지하철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등의 얘기다. ‘무임 수송’ 노인의 연령 기준도 현재의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이고, 100% ‘공짜’가 아니라 사용자가 50%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노인들로서는 좀 억울하다. 노인 때문에 지하철에 승객을 태우지 못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지하철은 노인들이 아무리 많이 타도 승객을 태우고 있다. ‘지옥철’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꽉꽉 채우고 있다. 그런 ‘일반 승객’은 모두 지하철요금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노인 때문에 적자가 난다는 푸념이 상식적으로 까다로운 것이다.

노인들이 들어보지 못한 말은 더 있다. ‘경영합리화’로 적자 요인을 흡수하겠다는 말이다. 지하철은 ‘경영합리화’보다 노인 탓이 아무래도 편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노인들의 발을 묶고 있다. 노인들은 사고 위험이 높다며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하겠다고 종용하고 있다. 자료까지 나오고 있다. 언젠가 발표된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전을 하는 노인 가운데 11.1%가 시력과 판단력, 반응속도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노인들은 지하철에서 눈치 보이고, ‘노인 운전’을 하기도 점점 껄끄러워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1등’이다. 돈도 없고 힘든 노인들은 ‘방콕’을 하는 게 제격이 되고 있다.

10월 2일은 또 ‘노인의 날’이다. ‘연례행사’로 노인들을 보살피고 공경하는 날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