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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힘겨루기’ 언제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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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힘겨루기’ 언제까지 이어질까

끝을 알 수 없는 진흙탕 싸움…LG-SK “갈 때까지 가보자!”
유럽선 ‘배터리 자급’ 의지 거세…“유망 시장 亞 업체에 뺏길 수 없어”

전기차 배터리 기술 탈취 의혹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싸움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전기차 배터리 기술 탈취 의혹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싸움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전기차 배터리 기술 탈취 의혹을 두고 펼쳐지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힘겨루기가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까지 보여 우리 기업들의 세계 시장 주도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LG-SK 배터리 분쟁에 일본 등 외국 업체까지 가세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26일 일본 도레이 인더스트리와 함께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주(州)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과 SK이노 미국 전지사업 법인 'SK배터리 아메리카'를 특허침해로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간 분쟁에 외국기업까지 가세한 셈이다.

LG화학과 도레이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관련 특허를 SK이노베이션이 침해했다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팩, 모듈, 소재 등의 미국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LG화학 측은 “이번 특허 소송은 경쟁사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경우 정당한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로 맞대응하는 글로벌 특허소송 방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가 지난달 3일 LG화학과 LG전자를 ‘배터리 특허침해’로 제소한 것에 대한 보복성 소송임을 드러낸 대목이다.

SK이노 역시 LG화학의 소송 제기에 “모든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양측이 일전불사(一戰不辭)를 외치자 관련업계는 초긴장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두 기업 간 감정싸움은 우리 기업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글로벌 배터리 업계 새로운 먹거리가 된 가운데 유럽 완성차 업계가 독자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배터리 독립'을 추진 중이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글로벌 배터리 업계 새로운 먹거리가 된 가운데 유럽 완성차 업계가 독자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배터리 독립'을 추진 중이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EU서 ‘배터리 독립’ 바람 거세게 불어…韓 업체 입지 점점 좁아져


최근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독점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배터리 독립’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도 우리 기업의 시장 주도권을 위협하는 악재다.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 잘츠기터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셀 공장에서 차세대 배터리 셀 개발을 끝내고 시험 생산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서 폭스바겐 소속 연구원들은 동일한 크기의 배터리 셀에 더 많은 에너지가 담길 수 있도록 하는 작업과 배터리 수명 연장 기술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올해 안에 프랑스 남서부 누벨아키텐 지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하고 4년간 최대 60억 유로(약 8조 원)를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질세라 유럽연합(EU) 소속 다른 국가들도 배터리 합작 회사설립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이다.

유럽 국가들의 이러한 발 빠른 움직임에는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배터리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전기차 보급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유럽은 전기차시장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따르면 2025년 유럽에서 생산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최대 2500억 유로(약 329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유럽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력은 크게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독일은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중국 CATL(21.9%), 일본 파나소닉(21.4%), 중국 BYD(12.0%), LG화학(7.6%), 삼성SDI(3.1%) 순으로 3국이 전체 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아시아 배터리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각국 정부가 최근 베터리 셀 기술개발과 생산 지원을 위한 각종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유럽 시장에서 우리 기업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