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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문 의장의 “삼성이 대한민국” 예찬론에 박수를 보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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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문 의장의 “삼성이 대한민국” 예찬론에 박수를 보내지만

‘대못 규제’ 뽑지 않고 ‘무늬만’ 친(親)기업 곤란...기업 총수 ‘호통 국감’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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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로고
얼마 전 헝가리를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부다페스트 선언문’은 여전히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있다.

문 의장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인근 삼성SDI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삼성은 곧 대한민국이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고 치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정치 지도자들이 국내기업 해외 현장을 방문하면 이역만리에서 일하는 임직원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띄워주는 말을 하는 것이 관례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문 의장의 이날 발언은 글로벌경영 최전선에 서 있는 삼성의 위용을 몸소 체험한 자기고백은 아닐까.

삼성SDI를 비롯해 삼성그룹 전체 매출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인 400조원에 이르고 소속 직원 수 20여만 명, 협력사 인원까지 합하면 약 250만 명에 육박한다.

더욱이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최근 선정한 세계 브랜드 가치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7위를 차지해 일본 간판 기업 도요타(9위)를 눌렀다. 삼성이 전 국민의 염원인 극일(克日)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문 의장은 현재 무소속 신분이지만 현 정부를 출범시킨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현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 관계를 갈등의 관점에서 보는 성향이 있다. 대기업 이익을 노동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온갖 반(反)대기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문 의장의 이날 격려사는 현 정부 대기업 정책과 궤를 달리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진정성 여부다. 현 정부는 지난 2년간 대통령, 총리, 여당 대표까지 국내 주요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기업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외쳤지만 모두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여당은 지금도 말로는 기업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노동조합법, 상생법, 집단소송법 등 온갖 ‘기업 옥죄기 법안’을 국회에 내놔 정부 여당의 친(親)기업 선언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적 공분을 산 일본정부의 수출 규제가 석 달째에 가까워지면서 기업들이 기업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정부여당은 일본 경제보복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특별조치법안을 국회에서 통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산화를 위한 규제개혁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개정도 없던 일이 됐다.

한국이 세계 제1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강국이 됐지만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게 된 데에는 화관법과 화평법 등 각종 환경 규제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다.

때마침 이달 2일부터 국정감사가 막을 올린다.

상임위별로 수십 명 씩 '무더기 신청'이 쏟아져 전체 증인·참고인으로 나올 기업인만 2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정도면 국감이 아닌 ‘기업인 국감’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 국감 역시 국회의원들이 기업인에게 해명할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책상을 치며 호통치고 망신만 주다 끝날 가능성이 명약관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촌음을 다투며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인들을 벌세우듯 하루 종일 국회에 붙잡아 놓는 한심한 모습은 언제 사라질까.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 경영에 찬사를 아끼지 않은 문 의장은 이러한 고질적 악습을 끝낼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호통 국감’이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또 되풀이 된다면 정치인들의 기업인 찬사는 한낱 '코미디 한마당’으로 비쳐 질 게 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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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