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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외국인들을 감동시킨 '송미숙의 藝푸리'…국립민속박물관 토요상설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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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외국인들을 감동시킨 '송미숙의 藝푸리'…국립민속박물관 토요상설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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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숙의 藝푸리'
최근 구월 바람이 센 오후,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이 시대의 우리춤 古・今을 아우르는 춤・깔 旅情」 , ‘송미숙의 藝푸리’라는 공연 제명으로 제110회 국립민속박믈관 토요상설공연이 있었다. 송미숙(진주교대 교수, 한국전통예술협회 이사장)은 홍애수건춤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왔고, 이 춤을 애착하는 전통무용가 이다. 과거의 잦은 활동과 달리 요즘 그녀의 홍애수건춤을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고, 그만큼 들뜸을 가라앉힌 그녀의 공연에 호기심이 일었다.

무형문화재와 전통춤을 배합한 이 날 공연은 윤혜미(한국전통예술협회 상임이사)의 사회로 이루어졌다. 태풍 링링이 위세를 떨친 탓에 대부분의 관객은 외국인이었고, 영어 해설과 관객과의 대화도 없었다. 작품은 춘앵전, 입춤(살풀이 본), 진주검무, 태평무, 홍애수건춤, 진도북춤으로 구성되었다. 학술적 가치의 춤에 김규미, 송경숙, 백봉선, 이수경, 윤제명, 강레나가 출연하였고, 김정태・하현조가 특별출연했다. 라이브 음악은 무악풍류(대표 김명원)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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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숙의 藝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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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의 향기 속으로 이끈 첫 번째 춤은 화사한 봄날의 꾀꼬리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춘앵전’이었다. 노란색 앵삼을 입고 춘 춤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춤사위와 발 디딤으로 춤 교본의 가능을 하였다. 이어서 전통춤에 입문하기 위한 기본교과서 중 하나로 여겨지는 ‘입춤’(살풀이 본), 진주팔검무의 축약본인 ‘진주검무’, 섬세한 발놀림과 자유로운 몸짓을 보여주는 ‘태평무’가 정해진 수순대로 틀에 짜인 공간에서 절제된 동작들을 수행하고 있었다.

절정은 송미숙의 홀춤으로 경기도무형문화재 제34호 안성향당무의 일종인 ‘홍애수건춤’이었다. 흰 한복을 입은 송미숙은 적・백(赤・白) 수건 두 가지를 들고 춤을 추었다. 사자(死者)의 넋을 위로하는 대부분의 수건춤과 달리 홍애수건춤은 향당의 당애기들이 여인들의 ‘빨래, 길쌈, 바느질, 자수, 육아’ 등에 걸친 고단한 일상과 힘든 가사노동을 극기하고자하는 심정을 예술 춤으로 표현해낸다. 고뇌에 찬 여인의 현실 극복 의지와 여성의 부드러움이 동시에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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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진행되면서 양 손에 있던 긴 수건이 한 손에 모아지거나 어깨에 걸쳐지기도 한다. 다양한 몸동작과 춤사위로 긴장감과 호기심이 인다. 명주 수건을 다루는 춤은 삶의 고뇌와 역경을 극복하고, 새 삶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각오를 보인다. 이 춤은 진살풀이, 살풀이, 자진살풀이 장단에 맞추어 ‘한’과 ‘흥’을 동시에 끌어낸다. 안성지역 살풀이춤은 대개 옥색 한복, 자락쾌자, 봉두포, 백단수건을 들고 춤을 춘다. 송미숙은 비교적 원본을 수용한다.

장소(군산, 안성, 진주, 서울)를 가리지 않고, 송미숙의 춤은 사색적이며, 몸 눈을 달고 있다. 그녀는 디딤의 진법, 구상의 사위, 조화의 장단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동작을 완성시켜간 세월이 갑(還甲)을 넘었다. 진주 등 영남 남부 지역에서 고고한 빛을 발하던 송미숙 춤은 서울의 한가운데 경복궁을 낀 국립민속박믈관에서 공연되면서 더욱 부드러워지고 기(氣)를 발산하는 내공 연마의 중성적 이미지로서 지속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춤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향당무는 조선의 향당이라 불리던 가무교습소에서 시작된 전통춤이다. 안성지역 향당무가 대표적이며, 서민적 정서와 아울러 나라의 안녕을 수건과 깃발 등을 사용하여 추는 춤이다. 1998년 무렵, 이석동(예능보유자)이 발굴한 안성향당무(전승자 유청자)는 당시 무용학계, 춤 전문가, 무용 애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안성향당무(홍애수건춤 포함)는 두 가지 기원설이 있다.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의 난’ 평정 후, 승전 기념으로 극적루 관기 버들애기의 후예들이 버들애기의 넋을 기린 춤 기원설과, 안성・진천 지역 화랑들의 풍류춤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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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애수건춤’은 2000년 8월 21일 경기도무형문화재 제34호가 되었다. 살풀이춤의 일종인 이 춤은 사랑・한・애국충절 등으로 의미적 확장성을 지닌다. 송미숙은 한영숙・김수악・박금슬・최 현・육정림・배명균・이흥구・양태옥을 사사하고, 호남좌도 임실필봉 설장구놀이, 박금슬류・김수악류・한영숙류・강선영류・안성향당무 등 여러 춤을 배웠다. 그녀는 춤을 익혀가면서 한영숙류 태평무,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 안성향당무(경천배례무, 홍애수건춤, 채선향, 여래신검무, 태극진세무, 봉황금란무, 끄단검무, 여래신검무, 영부지전) 등을 무대에 올렸다.

‘송미숙의 藝푸리’는 ‘홍애수건춤’을 메인으로 삼고 전통춤의 핵심 레퍼토리들을 엄선하여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인상적인 춤의 마무리는 역동적인 움직임의 북 연주와 춤사위로 잔치 분위기를 조성한 ‘진도북춤’이 담당했다. 우리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송미숙의 정묘한 춤들은 엄숙한 의식 같다. 계절이 한 번 씩 바뀔 때마다 춤은 색향미를 달리하며 숙성된다. 전통춤을 옹호하는 교양적 춤이 아니라 보다 과감한 연행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총연출 송미숙/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사)한국전통예술협회 이사장, 전)문화재청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경상남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국가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검무 이수자, 경남무형문화재 제21호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 경기도무형문화재 제34호 안성향당무 이수자, 현)경상남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제10회 한밭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


장석용(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