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의회 해산, 의회는 대통령 직무정지 결의안… 후지모리 재판 둘러싸고 내분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결국 의회를 해산했다. 이에맞서 의회는 비스카라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의회 해산을 거부한 뒤 '헌법 질서를 깨뜨렸다'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 직무정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회는 메르세데스 아라오스 부통령을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의 이날 의회 해산 결정은 의회가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강행한 데 따른 것이다. 의회는 헌법재판관 7명 중 임기가 끝난 6명을 새로 임명하기 위한 표결을 진행했다.
페루 헌법재판소는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FP) 대표의 석방 여부 등과 관련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페루 헌법에 따르면 의회가 정부를 두 차례 불신임하거나 신임을 거부하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페루 의회는 지난 2017년 이미 한 차례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 상태에서 야당 의원들이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경고를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표결을 강행하자 비스카라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발표한 것이다. 페루에서 의회해산은 1992년 알베르토 후지모리 당시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상황에서 페루 군(軍) 합동사령부와 경찰이 이날 성명을 통해 비스카라를 대통령과 군경 통수권자로 인정한다고 밝혀 비스카라 대통령에 힘이 실리게 됐다.

페루는 남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에 있는 나라이다. 15세기 케추아족(族)의 잉카 제국(帝國)이 탄생한 곳이다. 1532년 에스파냐의 피사로에게 정복된 후 300년 동안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았다. 1821년 독립 선언 후 1824년 립을 달성했다. 정식명칭은 페루공화국(Republica del Peru)이다. 북쪽으로 에콰도르·콜롬비아, 동쪽으로 브라질, 남동쪽으로 볼리비아, 남쪽으로 칠레와 국경을 접하고 서쪽으로 태평양에 접한다.

아마존 유역에 대한 연고권을 둘러싸고, 에스파냐의 식민지였던 페루 부왕령(副王領)에 같이 속했던 에콰도르와 독립 이후부터 영토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남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고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다. 다인종국가로 인디오가 전체 인구의 반이지만 정치·경제의 실권은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한 백인이 장악하고 있다.


김대호 기자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