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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엔화 채권 '안정감'이 사라졌다…엔고에 경계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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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엔화 채권 '안정감'이 사라졌다…엔고에 경계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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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채권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1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마이너스금리의 국채를 사도 일본은행이 보다 낮은 금리(높은 가격)로 되사준다라는 안전심리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일본은행이 운용축소와 보류를 시사하면서 경계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엔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엔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대담한 시장조작 축소를 상정시키는 요인이다.

4분기 첫날인 이날 엔화채권시장은 '첫날 매도'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선물하락과 금리 상승이 나타났다. 선물 12월물은 전 영업일보다 0.88엔 싼 154엔14전이었다. 하락폭은 지난 2016년 8월2일의 0.91엔 이래 가장 컸다. 10년 최장기 국채 수익률(장기금리)은 일시 마이너스 0.145%로 지난 8월 1일이래 최고치였다.

긴급거래증거금이 발동될 정도로 하락이 컸던 것은 일본은행이 전날 발표한 운영방침 보고서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월 월말 오후 5시에 일본은행이 발표하는 '당면의 장기국채 등의 매입 운영에 대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다음달 국채매입 방침이 드러난다.

시장이 놀란 것은 '잔존기간 25년 이상'의 범위 하한이 제로로 설정된 사실이다. 필요에 따라 매입 횟수에 대한 '늘린다'로부터 '변경한다'로 문구가 수정된 것도 있고 '운용보류의 가능성이 대두됐다'(국내은행)라고 경계감이 단번에 강해졌다.

이날 실시된 10년 국채 입찰이 순조롭지 못하게 끝난 것도 운용에 대한 불투명감의 고조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三菱)UFJ 모건스탠리증권의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 무구루마 나오미(六車治美)씨는 "시장에 공포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곧 일본은행이 사 줄 것이라는 안도감이 있었지만 만약 일본은행의 매입이 보류될지도 모른다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는 리스크에 대처하면서 거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는 최근 초장기금리는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반복해서 발언했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을 감안하면 이번 운용액의 수정은 예상된 움직임이다. 초장기채의 하한 제로를 제외하면 수정된 운용액 범위는 기본적으로 현상유지로 놀랄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의 거듭된 발언과 운용 감액이 반복되는 가운데 일은의 금리정책에 대한 시장이 보는 불투명감은 높아지고 있으며 일본국채의 변동성은 지난 2016년 12월이래 약 2년 10개월만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실제 전날 발표된 9월 18, 19일 개최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있어서 주요한 의견에는 초장기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의 발언은 없었다. 시장에서는 '구로다 총재의 구두개입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국내증권전략가)라는 견해도 있다.

불투명감이 심화되면 투자자는 엔화채권을 매입하기 어렵다. 투자지표의 하나인 샤프비율에서 보여지듯 변동성이 상승하면 기대수익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변동성 상승은 해외세의 일본국채 선물 롱포지션의 해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노무라(野村)증권의 수식금리전략가 나카지마 타케노부(中島武信)씨가 지적했다.

엔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엔고가 진행되지 않는 것도 시장이 일본은행의 운용에의 경계감을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엔고가 진행되면 일본은행이 시장으로부터 매수하는 국채를 줄이는 것으로 금리상승 요인이 되는 운용감액은 용이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엔고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일본은행이 장기·초장기 금리를 올리는 한편으로 단기 금리를 내리는 트위스트를 지향하고 있다고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발표된 '운용보고서'에서도 '1년이상 3년 이하' 범위는 유일하게 인상됐다.

바클레이즈증권 수식외환·채권 전략가 몬타 신이치로(門田真一郎)씨는 "현재 달러/엔에 대해서는 중단기의 금리변동이 영향을 미치기 쉽다. 미중 무역분쟁이 주춤하고 세계적으로 리스크 선호도가 회복중인 점도 엔고 압력이 걸리기 어려운 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금리가 외환에 영향을 주지 않을 리가 없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지난달 12일에 금융완화를 결정한 후 서방의 장기금리는 부작용대책에의 우려로부터 상승했다. 그것이 유로강세의 요인이 됐다.

미중 무역분쟁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리스크 오프 국면에서는 엔고는 진행되고 쉽게 된다. 글로벌 경기감속 우려는 뿌리깊고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수익률 사냥꾼의 움직임도 사그라든 게 아니다. 금리 저하 압력이 걸리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