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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은행이라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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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은행이라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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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라는 괴물은 항상 끊임없이 이익을 먹어야 한다. 잠시도 그냥 기다릴 수는 없다.… 이 괴물은 공기로 숨 쉬는 것도 아니고, 고기를 먹고사는 것도 아니다. 이익을 숨으로 들이마시고 돈과 이자를 먹고산다. 돈이나 이자를 못 먹으면 그냥 죽는다. 우리가 숨 못 쉬고 고기를 못 먹으면 죽듯이 말이다.…”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은 유명한 저서 ‘분노의 포도’에서 목화 농사꾼의 입을 빌려 은행을 이렇게 비판했다. ‘대공황 시대’의 미국 은행들은 마치 ‘괴물’처럼 이자를 먹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반면, 실업자들은 몸값을 놓고 다투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일자리가 생기면 열 사람이 덤벼들었다.

그 바람에 몸값은 계속 떨어졌다. 30센트→ 25센트→ 20센트→ 15센트…. 어떤 사람은 몸값 대신 먹을 것만 주면 일을 하겠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여물고 있었다. 그래서 ‘분노의 포도’였다.

오늘날 대한민국 은행은 어떤가. 수수료를 ‘엄청’ 삼키고 있다. 그 규모가 ‘조’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농협이 파생결합상품을 판매, 얻은 수수료는 1조9799억 원에 달했다. 은행들은 이 기간 동안 208조 원 상당의 파생결합상품 460만 건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고객이 손해를 봐도 판매에 혈안이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팔면서 고객에게 손실 위험 등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검사 결과 밝혀졌다.

은행들은 ‘중도상환 수수료’라는 것도 챙기고 있었다. 여기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젓가락’을 얹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주금공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금공은 최근 5년간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상품의 중도상환을 통해 3439억 원의 수입을 얻었다.

이는 같은 기간 4개 시중은행의 평균 수수료 3072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또박또박 받으면서, 그 돈을 미리 갚을 때는 수수료까지 또 챙기는 것이다.

물론, 이자 수입은 수수료 수입보다 훨씬 많았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은행 이자이익은 20조6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9조7000억 원보다 4.8% 늘었다. 은행의 이자이익은 작년 하반기 20조8000억 원에 올 상반기에도 20조 원을 넘었다.

그나마 돈을 빌려줄 때는 이른바 ‘꺾기’를 하고 있다. 대출금의 일부를 강제로 예금 또는 적금에 가입하도록 하는 ‘구속성예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16개 은행에서 ‘편법 꺾기’로 의심되는 금융거래가 2만9336건에 달했다. 이런 거래로 가입된 금융상품이 1조9442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올해 3월말까지 '편법 꺾기'로 의심되는 거래는 무려 57만2191건, 금액으로는 28조9426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이 24만195건, 10조7434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8만2179건·3조2061억 원, 하나은행 6만2284건·1조7001억 원, 우리은행 4만9924건·3조1184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은행이 어떤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대출금의 10%를 꺾을 경우, 그 중소기업은 꺾인 10%만큼 대출을 덜 받는 셈이 된다.

필요한 돈을 다 빌리지 못한 중소기업은 그만큼 자금 압박을 겪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장사가 되지 않아 어려운 중소기업은 더욱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