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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우리 시대에도 홍길동이 필요하다…동인‧서인 당쟁 넘어선 화합의 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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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우리 시대에도 홍길동이 필요하다…동인‧서인 당쟁 넘어선 화합의 길 제시

인문학자 설성경과 최영의 혁신징비록 '홍길동전 바로알기'(나녹)

최초의 한글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접했고 그 내용을 잘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판서의 여종 춘섬의 몸에서 태어난 서자 홍길동이 천대받던 집을 나와 산중에 있는 도적의 소굴에 들어가 활빈당을 조직하여, 탐관오리들이 부정 축재한 재물을 빼앗아 빈민에게 나누어 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소설 '홍길동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다. 평생 춘향전과 홍길동전을 연구해온 연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설성경과 한그래픽스 대표 최영이 공동으로 펴낸 '홍길동전 바로알기'는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당쟁을 일삼던 시기에 작가 허균이 당쟁을 넘어선 화합의 길을 제시한 데다가 양반과 쌍놈의 신분차별, 위정자의 부정축재 등의 난문제를 통쾌하게 해결한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녹출판사의 '우리가 바로알고 다시 읽어야 할 고전' 시리즈로 출간된 '홍길동전 바로알기'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에 둘러싸인 채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운명을 해쳐나갈 지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자 설셩경의 혁신징비록이라 할만하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홍길동전에 대한 상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 주체적 인문학의 성과에 의한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 소설의 모델이 된 홍상직의 아들 홍길동에 대한 정보와 이 인물을 역사 속에서 발굴하여 소설화한 허균의 창작 정신과 탁월한 국가의식을 확인함으로써 독자에게 고급 교양인의 당당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허균은 역사에서 지워진 홍상직의 서자 홍길동 속에 십만양병설로 강병부국을 주창한 병조판서 율곡과 임진왜란 최고의 승장 사명당의 충국애민의 삶을 융복합하여, 스승 서애의『징비록』을 혁신한 '혁신징비록'으로서의 『홍길동전』을 창작했다. 허균은『홍길동전』에서 내우외환의 발생에 대한 원천적 직시와 적극적, 공격적 대안을 이중서사방식이라는 특출한 창작 기술을 구사하여 서얼출신 병조판서가 중국의 제도를 넘어 율도국왕이 되는 이야기로 펼쳤다.

저자는 "『홍길동전』은 17세기에 이미 태평양 시대를 열어 바닷길을 통한 해외개척의 모델을 제시한 해양문학의 선구적 작품이라는 문학사적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특히 홍길동의 모델은 고려 말에 활동하던 홍징장군의 손자이며, 세종 때 경성 절제사를 지낸 홍상직의 아들로서 부친이 도망자로 숨어 다닐 때인 1440년경에 출생한 서출 만득자임을 밝혀냈다. 그는 조선에서 홍길동으로 활동하다가, 청년 시기에 출국하여, 류큐의 니시가키 섬(石垣島)지역에서 민중영웅 적봉(赤蜂) 홍가와라로 활동하다가 1500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작가 허균이 1612년에 이 홍길동을 모델로 삼아 서출이지만 조선의 병조판서가 되고, 자신을 따르는 활빈당 무리를 이끌고 해외로 진출하여 율도왕이 되는 이야기로 작품의 표면서사를 전개시켰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 이면서사에는 율곡, 서애, 사명당 같은 인물을 융복합하여 이중서사 방식으로 「홍길동전」을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허균은 실존인물에 작가적 창의력을 결합하여 탄생시킨 팩션형 인물 홍길동의 일대기 속에 연산군 때의 중종반정을 비롯한 계미삼찬, 기축옥사와 같은 국내의 정치 문제와 임진왜란, 정유재란 같은 내우외환의 발생에 대한 원천적 직시와 문제 해결의 기본 원리를 담아 소설로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홍길동전」의 이면서사는 지상에서의 이야기와 지하에서의 이야기로 나뉘어 이중서사로 전개되는데, 작가 허균은 다소 신비스런 우화를 통해 당시 동인과 서인의 당파 간 갈등으로 사화와 옥사가 일어나는 정치적 상황을 해소하는 방안을 치밀하게 구상하여 이면서사의 핵심공간에 위치시켰다. 동인가의 허초희와 서인가의 이율곡이 이념혼사를 통해 하나가 되어 진정한 화합의 최상위인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으로 설정했다.

설성경 교수는 "작가 허균은 뛰어난 문장가요, 정치가로서「홍길동전」을 지어 당시 정치 사회의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글소설로 제시하였다"면서 "실제로「홍길동전」이 창작된 지 얼마 후에 ‘인조반정’이 일어났다는 것은 허균이「홍길동전」의 주제로 제시한 ‘화합과 혁신’의 필요성이 정당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검찰개혁과 새로운 촛불정신으로 대립되어 이념적으로 두 동강이가 난 대한민국. 좌우 형제주의로서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부모주의로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는 게 이 책 '홍길동전 바로알기'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