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공연리뷰] 가식과 진실 사이의 인간성 탐구 보고서…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공유
2


[공연리뷰] 가식과 진실 사이의 인간성 탐구 보고서…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center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여름 기운을 가득 채운 문화비축기지 T1 파빌리온에서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When We Face Each Other)가 전 세계 최초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국내외의 다양한 무대에서 안무・출연하고 있는 김주빈이 야외 분위기를 내는 탱크 속 공간을 활용하여 써내려간 몸 에세이 이다. 우리 춤사위를 기본으로 하여 현대적 감각을 입힌 동시대 춤은 거리낌 없이 상큼하고, 발랄한 청춘들의 유가적(儒家的) 사유 공간을 조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진청록(眞靑綠) 동경이 좌절을 포용하고 있다. 슬픔을 삼킨 회색빛이 환희의 송가를 뒤덮고, 테두리에 둘러싸인 사회는 파리한 영혼이 숨 쉴 안식처를 제공하지 않았다. 순수와 정직이 변칙적 강탈에 멸종되어가는 사회의 우울한 풍경에서 자신의 순수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 편차로 인해 호기심을 유발한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인지하고, 다가가는 과정은 우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프랑스 몽펠리에의 ‘무브먼트 슬라빌’(2020년)에 초청되었다.

center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동시대의 젊은이들조차 느긋하게 자연을 바라보듯 그리워하던 이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이야기할 시간도 점차 줄어 들고 있다. 안무가 김주빈은 다양한 이인무의 조합들로 관계를 구성하고, 청춘들의 마주하기, 현재적 나와 마주치기, 미래의 나와 마주치기까지의 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준다. 영역은 확장되고, 관객들은 미장센 분할의 특권을 지닌다. 멀리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오는 롱 테이크, 청춘들의 미세한 감정변화가 느껴진다,

무용수들 스스로도 그 과정 속에 일어나는 마음의 요동을 경험하게 되며 관객들은 작품에 몰입한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공평하다. 타인과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일치’라는 단어와 조우할 떼 나의 현재적 활동에 대한 갈등과 존재에 대한 원초적 사유가 일어난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진통이 심한 ‘번 아웃’(탈진)이 찾아온다. 육체와 정신의 기(에너지)가 소진되고 방전되어 꼼짝하기 힘들고 의욕이 없어지는 증상이다.

center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center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김주빈은 오랫동안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뒤집어보기, 장르의 해체와 장르 간 이동 작업을 통한 미학적 춤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갈등이 일어나는 곳마다 나름대로 미묘한 균열의 씨앗이 커오고 있었다. 누구나 자신과의 만남은 두려운 법이다.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는 밝은 나와의 만남이나 미래로의 진전은 불가능 하다고 단정한다.

성대 무용과가 배출한 걸출한 스타 춤꾼 김주빈은 춤꾼 자체로서의 현란한 수사력은 물론 창의적 발상의 안무작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오고 있다. 동아콩쿠르에서의 금상 수상 실력을 기본으로 깔고, 구성해나간 작품들은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는 일관된 패턴의 작품들이었지만 해박한 지식과 수맥을 관통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늘 주목받는다. <마주하기까지>는 힘든 연습 과정을 거쳐 쉽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써 안무가의 재기가 돋보인다.

center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center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예술가가 우연히 만난 직장에 관한 단상은 전투장을 방불케 한다. 지칠 정도로 일은 쌓일 것이고, 성과를 내기 위해 기계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회용 인간관계가 반복되는 거친 들판을 뒤로 하고, 움직임에 대한 최상급 상상론자인 코페르니쿠스적 몰입과 우연을 깨고 자연으로 빠져드는 장자적 탐닉의 순간은 해탈이다. 청춘들이 자신을 버림으로써 진정한 자유인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나를 마주하며 희망찬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다.

center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center
김주빈 안무・김예나 연출의 '마주하기까지'.


실험성과 자율성을 끼고, 집단 창작극이 유명한 때가 있었다. 김주빈은 이번 작품의 공동창작을 통해 타인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힐난하거나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이 남달리 우월하다는 식의 주장을 펴지 않는다. 그는 늘 ‘공감’을 공연의 최대 목표로 삼아왔다. 깊은 공감을 끌어낸 <마주하기까지>는 나와 나의 행위들을 직시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청춘 행진곡이며 안무가 김주빈의 낭만적 도전의 서막이다. 바람 부는 날에도 들꽃은 핀다. 건투를 빈다.

공동창작 및 출연 : 강민지, 김현우, 김효준, 박철순, 선은지, 성주현, 오지은, 유현상, 이정섭, 황서영, 허미소,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사진=김주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