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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미모 여대생의 10년 전 ‘루저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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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미모 여대생의 10년 전 ‘루저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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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년 전의 일이다. ‘미모의 여대생’이 TV에 출연해서 한 말이 ‘대란’을 일으켰다.

이 여대생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키 작은 남자는 싫어요. 키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키는 180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국은 이 여대생의 말을 ‘키 작은 남자는 loser!’라는 자막을 붙여서 내보내고 있었다. 느낌표(!)까지 붙여서 강조한 것이다.

이 말이 난데없이 ‘대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른바 ‘루저 대란’이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키 작은 ‘루저’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았다. 키가 커 보이도록 하는 깔창과 구두, 티셔츠 등을 파는 것이다. ‘루저 룩’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고 있었다.

학식 높은 대학교수와 얼굴 고운 영화배우도 ‘루저’라는 말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었다. 키가 180cm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루저’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는 2cm 모자라는 루저”라며 실망하고 있었다. 키가 178cm라는 얘기였다.
비난도 쏟아지고 있었다. ‘실언’을 한 여대생 본인은 물론이고, 시청률에만 매달리는 방송국, 심지어는 여대생이 재학 중인 대학까지 욕을 먹고 있었다. 누리꾼은 여대생의 신상정보를 찾아내 무차별 공격했다가 지나친 행동이라고 욕을 먹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게 있었다. ‘루저’라는 영어 표현이다. 미모의 여대생이 꺼낸 말이어서 그런지 너도나도 ‘루저’였다. 정부가 영어를 너무 사용한다고 지적했던 언론도 여과 없이 ‘루저’였다. 쉽다고 할 수는 없는 단어였는데도 '루저'였다.

‘루저 대란’ 바로 얼마 전에, 보건복지가족부가 ‘노숙인’과 ‘부랑인’이라는 말을 버리고 ‘홈리스’라는 외국어를 사용하려고 했다가 집중 성토를 당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루저’만큼은 예외였다.

그리고, 10년 후인 지금은 어떤가. 먹을거리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닭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치킨’을 먹고 있다. ‘치킨’은 ‘국민 간식’이 되었다. 닭고기 맛이 치킨보다 뒤질 까닭이 없는데도 치킨이다. 닭날개도 없다. 아이들은 ‘날개’가 아닌 ‘윙’을 뜯고 있다.

포도주도 벌써 사라졌다. 우리는 ‘와인’을 홀짝거리고 있다. ‘전통주’의 이름마저 ‘와인’이다. 양파와인, 사과와인, 오디와인, 머루와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포도주는 ‘포도와인’이다.

돈을 벌고 싶으면 요리사가 아닌 ‘셰프’가 될 필요가 있다. ‘푸드 카빙’의 달인이 되어야 하고, ‘소믈리에’나 ‘바리스타’ 전문가가 되어야 알아주는 세상이다.

언젠가 TV에서는 요리 전문가가 이렇게 ‘요리 비결’을 강조하고 있었다.

“‘브로컬리’를 ‘필러’로 깎아서 ‘커팅’합니다. ‘브로컬리’에 ‘코팅’되어 있는 ‘왁스’를 제거하려면 끓는 물에 데쳐야 합니다.…”

먹을 것뿐 아니다. 우리는 ‘네일 아티스트’나 ‘헤어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 ‘애니메이터’, ‘호텔리어’나 무슨 ‘컨설턴트’가 되어야 행세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평균 4.8살에 영어 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