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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북 리뷰 24]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속편 ‘증거들’ 21세기 여성차별에 대한 통렬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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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북 리뷰 24]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속편 ‘증거들’ 21세기 여성차별에 대한 통렬한 비판

전작 ‘시녀이야기’에 이어 그 속편이 되는 신간 ‘증거들’에서도 21세기 여성차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이미지 확대보기
전작 ‘시녀이야기’에 이어 그 속편이 되는 신간 ‘증거들’에서도 21세기 여성차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


길리아드 공화국에 대한 문이 다시 열리는 높이 평가된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이야기(The Handmaid's Tale·1985년)’의 간행으로부터 34년이 지난 시점에서 마거릿 애트우드가 속편 ‘증거들'(The Testaments)’을 발표했다. 지난 9월10일 각국에서 발매된 이 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체주의적 권력, 성과 생식에 관한 여성의 권리와 국가정체성을 놓고 30년 이후에도 계속되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무대는 ‘시녀이야기’로 그려진 사건으로 15년 후의 길리아드. 이야기는 3명의 여성의 관점에서 펼쳐진다. 그 중 한명은 전작(그것을 원작으로 하는 Hulu의 드라마) 팬에게는 친숙한 리디아 이모이다. 시녀들의 감시역인 타산적인 그녀를 통해 독자는 종교적 독재국가 길리아드의 중추에 꿈틀거리는 음모를 보다 자세히 알게 된다. 나머지 두 사람은 길리아드의 체제 내에서 자란 젊은 여성 아그네스와 국경을 사이에 둔 캐나다에 사는 젊은 여자 데이지다.

Hulu의 드라마화(2017년에 송신개시)과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라는 배경도 있어 ‘시녀이야기’의 주제는 현대 독자들의 마음에도 깊숙이 울린다. 성과 생식에 관한 권리나 여성할례, 의식적 강간 등 다방면에 걸친 묘사는 모두 작자에 의하면 “언젠가, 어디에선가에서 이미 일어난 것”이다.

애트우드는 작품의 해석을 독자에게 맡기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나 등장인물을 둘러싼 설에 대해서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사건이 모티브가 되어있다면 ‘증거들’ 집필 때도 뭔가 염두에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증거들’이라는 뜻을 가진 본 작품의 제목과 3명의 화자의 존재는 여성의 증언이 가진 의미와 사회는 여성을 믿느냐는 문제를 상기시킨다. ‘#Me Too 운동’을 뒷받침한 것은 거물 영화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타인이나 미 대법관이 된 브렛 캐버노 등 권력자인 남성의 성폭행이나 부적절행위를 고발한 여성들의 증언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3명의 여성이 길리아드의 공포에 대해서 증언한다.

시점이 여러 개 있는 것은 와인스타인 등으로부터 성 피해를 봤다는 여성의 체험담이 공개되기까지, 혹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까지 몇 년이 걸렸는지, 거기까지 몇 명의 여성의 증언이 필요했는가 하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두 화자에 의한 증언기록과 또 한명의 화자가 일인칭으로 쓴 글로 이루어졌다. 길리아드의 억압적 체제의 전성기에, 그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나 그것을 믿는 사람이 있었는가. 답은 노일 것이다. 이어 3명의 증언은 엇갈린 경우도 있어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독자는 의문을 품게 된다. 캐버노를 고발한 여성 대학교수 크리스틴 포드가 처한 현실과 비슷한 상황이다.
1985년 간행된 ‘시녀이야기’처럼 ‘증거들’도 여성의 성과 생식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길리아드에서는 가임여성들이 불임부부의 아이를 낳도록 강요당해 낙태가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테마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미래가 되기를 바랐지만 “역사가 진척된 길은 달랐다”라고, 애트우드는 속편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낙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선택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판결을 뒤집는 듯한 전개이다. 게다가 ‘증거들’은 이민과 국경의 문제도 부각시킨다 .특히 현실과 링크되는 것이 난민의 거절이다. 박해를 받은 길리아드 시민은 이탈리아나 뉴질랜드나 독일에 피하려고 하지만, 어느 나라나 수락에 소극적이며 “국경을 닫으라”는 단골대사도 등장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문제를 상기시킨다.

공범자로서의 여성의 존재도 읽을 수 있다.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시녀이야기’나 ‘증거들’에 등장하는 여성 모두가 영웅인 것은 아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어 읽고 쓰기를 금지된 세계에서는 여성을 복종시켜 섬기는 체제에 협력하는 리디아 아주머니와 같은 여성도 나온다. 이번 작품에서는 리디아의 과거가 자세하게 말해지고 지배자 측에 붙는 결정을 한 이유가 밝혀진다. 살아남을 기회를 생각하면 “돌을 맞는 쪽보다, 던지는 쪽이 낫다”는 게 리디아의 이치다.

이는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한 통렬한 지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지금 정권의 중추에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성과 생식에 관한 권리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일간지 ‘타임스’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애트우드는 인맥과 영향력을 가진 이방카가 “시기를 보고 각국 여성의 힘이 되려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녀는 남을 돕는 데 관심이 없다. 자신의 돈과 입장을 지키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리디아 아주머니와 같다.

현대에 사는 우리의 뇌리에는 페이크 뉴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허위정보나 거대미디어의 공격은 ‘시녀이야기’와 ‘증거들’에서의 전체주의 체제번영의 원천이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대통령의 발표와 기자나 방송국에 대한 공격이 반복되는 미국에서 이것은 너무나 친근한 이야기다. 가속화되고 있는 이러한 풍조를 애트우드는 한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교묘하게 풍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인물은 “길리아드의 뉴스에 의하면 그것은 완전한 페이크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