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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호랑이 싸움에 끼어든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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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호랑이 싸움에 끼어든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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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 정육점이 있었다. 정육점 주인은 ‘천하장사’였다. 주인은 힘을 뽐내려고 무게가 1000근이나 되는 바위를 번쩍 들어 정육점 앞에 옮겨놓고 팻말을 세웠다.

“이 바위를 들어 올리는 사람은 내 가게에서 고기 한 칼을 베어가도 무방함.”

그러나 그 엄청난 바위를 들어 올리는 사람은 없었다. 몇 사람이 도전했지만 들어올리기는커녕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괴력의 사나이’가 등장했다. 정육점 주인이 외출했을 때, 어떤 장사꾼이 녹두를 산더미만큼 실은 수레를 끌고 나타난 것이다.

녹두장수는 팻말을 보더니 수레를 세웠다. 그리고 그 무거운 바위를 힘도 별로 쓰지 않고 들어올렸다. 녹두장수는 바위를 들고 그 자리에서 서너 바퀴 돈 다음 10여 걸음을 걸어가서 내려놨다. 그리고는 가게를 지키고 있던 점원에게 팻말에 적혀 있는 대로 고기를 한 칼 베어가겠다고 했다.

그 한 칼이 간단치 않았다. 100근이 넘음직한 큼직한 고기를 가볍게 베어냈다. 녹두장수는 고기를 수레에 싣고 유유하게 사라졌다.

점원에게 상황을 전해들은 정육점 주인은 열이 바짝 올랐다. 수염까지 빳빳해졌다.

“감히 어떤 자가 나타나서 힘자랑을 했는가.”
정육점 주인은 녹두장수가 사라졌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녹두장수는 시장 한구석에 녹두를 풀어놓고 있었다. 얼굴이 붉고, 체격은 당당했다.

싸움꾼은 싸움꾼을 알아보는 법이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겁먹을 리 없었다. 정육점 주인은 다짜고짜 오른손으로 녹두 한 주먹을 집더니 꾹 눌러서 가루로 만들었다. 다시 왼손으로 한 주먹을 집어서 또 가루로 만들었다.

“나는 항상 이런 식으로 물건을 고른다. 살짝 눌러도 부서지는 이따위 녹두를 팔아먹다니!”

녹두장수가 발끈했다. 곧바로 싸움이 벌어졌다.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두 사람은 두 시진이 넘도록 엎치락뒤치락했다. 둘 다 1000근 바위를 들어 올리는 힘이 있었다.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 싸움판에 난데없이 돗자리장수가 끼어들었다. 돗자리장수는 두 귀가 어깨까지 내려오고, 두 손은 무릎까지 닿아 있었다. 몸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도 어딘가 기품이 있었다.

돗자리장수는 구경꾼을 헤치며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두 사람은 신비한 힘에 눌리기라도 한 듯 갑자기 싸움을 멈췄다.

구경꾼은 돗자리장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용이 싸우는 두 호랑이를 말렸다(一龍分二虎)”며 환호했다.

돗자리장수는 자신을 유비(劉備)라고 소개했다. 정육점 주인은 장비(張飛), 녹두장수는 관우(關羽)였다. 세 사람은 도원(桃園)에서 의형제를 결의했다.

‘삼국지’는 이렇게 해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이 만났던 자리에는 ‘삼의묘(三義廟)’가 세워졌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용’은 어떤가. 유비처럼 호랑이 싸움을 그치게 만드는 ‘용’이 아니라, 되레 싸움을 붙이려는 ‘용’인 듯싶어지고 있다. 나라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두 조각나서 요란한데도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게 그렇게 보였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