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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지하철 파업해야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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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지하철 파업해야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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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임금 때 민진후(閔鎭厚·1659∼1720)라는 ‘대쪽 공무원’이 있었다.

형조판서 자리를 오래 맡으면서 ‘판단하는 게 물 흐르듯 빠르고, 청리(聽理)가 사사로움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은 뛰어난 공무원이었다. 형조판서로 재임하면서 ‘능히 직책을 다한 사람은 민진후가 제일’이라고 꼽혔을 정도였다.

어느 날, 그 민진후가 모처럼 누이동생 집을 찾았다. 술 좋아하는 민진후에게 술상이 빠질 수 없었다. 누이동생은 사랑하는 오빠에게 술상을 바쳤다.

하지만 안주가 없었다. 안주라고는 달랑 김치뿐이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감춰둔 송아지 고기가 있었다. 전날이 시아버지 생일이어서 마침 송아지를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쪽’ 민진후의 성격을 뻔히 알기 때문에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민진후가 술을 받으며 한마디를 했다. “술맛은 괜찮은데, 안주가 왜 이 모양인가.”

누이동생은 그 말을 듣고 설마 어쩌겠나 싶어서 송아지 고기를 오빠에게 대접했다. 민진후는 별다른 얘기 없이 송아지 고기를 안주로 느긋하게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가 문제였다. 누이동생의 집을 떠나면서 데리고 왔던 아전에게 “이 집은 ‘범도(犯屠)’를 했으니 하인을 잡아서 가두라”고 지시하는 것 아닌가. 범도는 ‘불법도살’이다.

민진후는 그러면서도 갇힌 하인을 풀어주는 속전(贖錢)을 자신의 봉급을 털어서 대주고 있었다. 이렇게 ‘준법정신’이 철저한 고위공무원이었다.

오늘날,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민진후를 본받기라도 하려는지 ‘준법투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투쟁 내용은 “안전운행을 위해 출입문을 여닫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배차 간격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했다. 또 기술직은 정기검사 외의 특별·일제 점검을 중단하고, 출장 정비를 중지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 ‘준법투쟁’이라는 말이 좀 희한하게 들렸다. 마치 ‘투쟁 기간에만 법을 지키겠다’는 ‘준법투쟁’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쟁 기간이 끝나면 조합원 전체가 다시 ‘범법자’가 되겠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 만했다.

지금까지 시민들은 날마다 법을 어기는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는 얘기도 성립될 수 있을 듯했다. ‘준법’을 하지 않으면, 지하철 적자가 가중되기 때문에 묵인하는 게 아닌지 궁금했다.

‘준법’은 당연히 해야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준법’이 노조의 ‘엄포용’으로 변질하고 있다.

‘준법투쟁’을 할 때만 지하철이 안전할 것이라는 ‘역설’을 떠올리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