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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 기상학자 “일본 덮친 슈퍼태풍 ‘하기비스’ 이상한 행보는 지구온난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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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 기상학자 “일본 덮친 슈퍼태풍 ‘하기비스’ 이상한 행보는 지구온난화 영향”

슈퍼태풍 ‘하기비스’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완전히 물에 잠긴 일본의 한 마을.이미지 확대보기
슈퍼태풍 ‘하기비스’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완전히 물에 잠긴 일본의 한 마을.


일본을 강타한 초대형 태풍 19호 '하기비스'는 미국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왜 태풍 19호 같은 ‘슈퍼 태풍’이 생겼는지에 대해서다. 이번 태풍 19호에서 특히 주목된 것은 태풍이 급속히 세력을 확대한 것이다. 태풍 19호는 18시간 만에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27m에서 67m로 40m 이상 급속히 강해졌다.
콜로라도 주립대학 기상학자 필립 클로츠바흐도 이 속도에 놀라 이렇게 트윗하고 있다. “하기비스(태풍 19호)는 최대 순간풍속이 18시간 만에 40m로 높아지면서 열대저기압에서 슈퍼태풍이 됐다. 북태평양 서부에서 18시간 만에 이만큼 급속히 발달한 열대저기압은 1996년의 태풍 ‘예이츠’ 이후 처음이다”라고.

최대 순간풍속이 24시간에 약 15.6m 높아졌을 때 열대저기압이 급속히 발달했다고 공식적으로 판단된다고 하니 18시간 만에 40m나 높아진 것은 확실히 빠르다. 이어 클로츠바흐는 태풍 19호가 슈퍼태풍으로 장시간 존재한 것도 지적했다. “하기비스(태풍 19호)는 북태평양 서부에서 최장 연속 36시간 슈퍼태풍(순간 최대풍속이 시속 150마일 이상(초속에서는 67m 이상)으로 존재했다"

왜 태풍 19호는 급속히 세력을 확대한 것일까? 그것은 지구온난화가 열대저기압에 주고 있는 영향에 의한 것 같다. 미 상무부의 기관 중 하나인 미국해양대기청 국립환경정보센터의 기상학자 제임스 코신에 의하면 온난화에 의해 수면뿐만 아니라 심해도 따뜻해지면서 해양 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근년 태풍을 급속히 발달시키고 있다고 한다. 해양 열이 열대저기압에 있어서는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연료의 증가에 따라 발달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 최근 뚜렷해지고 있는 태풍의 이동속도 감속

지구온난화가 열대저기압에 미치는 영향은 그 밖에도 있다. 근년 열대저기압의 이동속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코신은 이것도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네이처에 게재된 그의 과학논문에 따르면 1949년부터 2016년 사이 열대저기압의 이동속도는 세계적으로 10%하강하고 있다. 육지의 경우 열대저기압의 이동속도는 북대서양에서는 20%, 북태평양에서는 30%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감속은 열대저기압이 생기는 북인도양 이외의 모든 해역에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이번 19호 같은 슈퍼태풍이 생기는 태평양 서부에서는 20%로 가장 둔화되고 있다.

온난화 때문에 여름의 대기 순환이 세계적으로 감속하고 있는 것이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이동 속도도 감속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동속도가 감속하면 태풍은 같은 지역에 장시간 머물러 장시간 비바람을 가져오게 된다.
■ 폭풍도 강해지고 더욱 빈번해지는 추세

또 코신은 온난화로 해양에 더해지는 열에 의해 “폭풍은 더욱 강대해지고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태풍 19호에서는 다마가와, 지쿠마 강 등 많은 하천이 범람하고 하코네마치에서는 1,000㎜라는 관측사상 최대강우량이 기록되었지만, 온난화로 인한 강우량도 증가하고 있다. 따뜻한 대기는 보다 많은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대기의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 중의 수증기량은 7% 증가해 그것이 비가 되어 쏟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강대한 폭풍을 일으키는 바람과 해수면 상승에 의해 위험한 고조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유엔기후변화 정부 간 패널은 해수면 높이는 금세기 말 2100년까지 최소한 30~60㎝는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트럼프 등 지도자 무관심 온난화 가속

그런데 일본이 태풍 19호로 비상사태에 있을 때 태평양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산간에서는 불길이 일었다. 온난화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근년 산불이 빈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가 올해 4월 발표한 ‘산불과 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이곳에서 일어난 가장 파괴적인 산불 20건 중 15건이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또 20건 중 10건은 2015년 이후에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온난화대책을 리드해야 할 나라인 미국의 지도자는 변함없이 온난화대책에는 무관심하다. 오히려 10월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온난화대책을 역행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 내용은 “백열전구가 사람의 외모를 좋아 보이게 한다. 반면 에너지절약 전구는 외모가 좋아 보이지 않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라는 것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온난화를 감속하기 위해 표준화한 에너지절약 전구를 비판하고 에너지절약 효과가 없는 통상의 백열전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온난화문제는 세계가 하나가 되어 대응할 필요가 있는 큰 과제이기에 각국 지도자의 자세가 그 어는 때보다 중요하다. 어떤 인물을 지도자로 지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의료비나 세금을 경감해 주거나 고용을 늘려 주는 등 자신의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지금 아픈 곳을 바로 낫기 바란다. 앞서 얘기한 백열전구의 예를 보더라도 염가의 백열전구는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곧바로 경감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경우 인류에게 주는 비용은 어떻게 될까.

지도자가 국민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할 대책을 강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미 슈퍼태풍에 대규모 산불이라는 온난화에 의한 재앙이 사람들의 눈앞에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