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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인도네시아 ‘혼외·혼전 성교 금지령’ 개정안 놓고 시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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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인도네시아 ‘혼외·혼전 성교 금지령’ 개정안 놓고 시위 확대

외국인 커플 관광객 예약 취소 이어져 관광 산업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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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추진되는 '혼외·혼전 성교 금지령' 개정안을 두고, 젊은 외국인 커플들이 인도네시아 여행을 포기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해외에 가는 경우 그 땅의 규칙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추진되는 '혼외·혼전 성교 금지령' 개정안을 두고, 현지에서는 이 법안이 가결되면 젊은 외국인 커플들은 인도네시아로의 여행을 망설일 것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반발을 부르고 있는 이 법안은, 배우자 이외의 상대와 일체 성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바꾸어 말하면 '혼외·혼전 성교 금지령'인 셈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혼외·혼전 성관계가 적발된 남녀는 최고 징역 1년의 형벌을, 동거의 경우에도 최고 징역 6개월 형에 처해진다. 게다가 낙태의 경우 최고 4년형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이 법안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관광 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그동안 집창촌에 대한 수사에서 가게 여종업원만 체포될 뿐, 남성 손님은 경찰서에서 교정 교육만으로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새 법하에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확정적인 것은 없어, 개정 법률 자체만으로도 관광객 급감은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호텔·레스토랑 협회에 따르면, 이미 많은 외국인 커플 관광객이 발리 여행을 취소하는 사태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리에서 30여 곳의 빌라를 운영하는 엘리자베스 트레블(Elizabeth Travel)은 미혼 커플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증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에 호소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관광이 많은 호주 정부는 지난달 자국민에 대해 법령 변경에 따른 '여행 주의보'까지 내린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에, 주요 서방 국가들도 서서히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광객 급감은 불가피해졌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이전부터 혼외 성교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다만, 종래에는 고발자를 배우자로 한정해, 남편과 아내가 상대의 불의를 제기하는 이른바 '간통죄'가 적용될 뿐이었다. 그러나 개정 법령은 당사자의 부모와 자녀를 포함해, 보다 엄격화하는 것으로, 여기에 관광 산업의 피폐와 종교의 자유화를 침해하려는 시도마저 엿보이면서 곳곳에서 반발 시위가 거세진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왜, 성교 금지령'을 강화하려는 것인가? 여기에는 10월 20일 부통령에 취임하는 마루프 아민(75)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약 2억6000만 명으로 그 87%가량이 이슬람 교도인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다. 이슬람교가 계율에서 혼외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적도상에서 매춘이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금까지 다른 종교도 인정하는 다양성을 내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마루프 아민이 부통령에 취임하게 되자, 자연히 이슬람의 영향력은 대폭 확대됐고, 결국 이슬람 율법이 법률로 개정되기에 이르렀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시위대는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20년 전 수하르토 독재 정권 시절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최고 관광지인 발리관광협회 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급감을 우려하여 "외국인끼리의 커플이 신법에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며 불끄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법령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외국인 청춘 커플들이 인도네시아행 관광을 결심하기에는 설득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