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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좋은 '반쪽인재'보다 도덕지능 갖춘 균형잡힌 인재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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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좋은 '반쪽인재'보다 도덕지능 갖춘 균형잡힌 인재가 필요한 시대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71회)] 감정지능과 도덕지능이 중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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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지능지수는 높은 데 반해 감정지능과 도덕지능이 상대적으로 낮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누어져 유래 없는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머리만 좋은 반쪽 인재들이 좋은 머리로 온갖 간계와 궤변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인간의 행동을 경험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심리학에서는 다양한 검사를 개발한다. 이 검사를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얻고 그 자료의 의미를 통계적 처리를 통해 검증한다. 다양한 심리검사 중에서도 제일 먼저 개발되고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것이 지능(知能, intelligence)검사이다.

중세 봉건사회에서는 소수의 귀족 자녀들만이 개인교사를 두고 공부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세습된 신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쌓았다. 하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민과 노예는 비싼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가질 수조차 없었다. 단지 어린 시기를 벗어나자마자 부모와 어른을 통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뿐이었다.

​중세 봉건사회선 소수 귀족자녀들만
개인교사 등 두고 공부할 기회 가져


시민혁명을 통해 봉건사회가 무너지고 모든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평등의 사상이 움텄다. 그 결과 소위 공교육이 실시되었다. 공교육을 통해 모든 어린이들이 동일한 학교 환경에서 동일한 내용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교육제도의 변화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도 발생하였다. 모든 어린이에게 교육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별 어려움 없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소수의 어린이들은 아직 인지적 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못해 정규적인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저능아(低能兒라)는 낙인이 찍히고 방치되었다. 그래서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아동들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미리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이 방법에 의해 미리 학생들을 선별할 수 있다면, 지적 능력이 부족하여 낙오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들의 능력에 맞는 특수 교육을 개발하려 교육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그런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검사가 바로 ‘지능검사’이다. 지능이란 말은 라틴어 ‘intellectus’에 유래하였는데, 그 뜻은 ‘이해하다, 구별하다, 선택하다’라는 것이다. 즉, 지능이란 ‘이해하고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을 측정하여 학생들을 선별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어린시절 벗어나자 부모어른 통해
자신에 맡겨진 일 수행 능력 키울뿐
심리학사에서 제일 먼저 지능검사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교육가 비네(A. Binet)는 지능검사를 제작할 당시의 기분을 “여태까지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동물을 잡으러 숲 속으로 들어간 사냥꾼의 심정이었다. 그러한 동물이 존재한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지만 그 동물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후에 술회할 정도였다.

그 후 이 분야의 심리학자들의 노력으로 지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지능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검사들도 개발되었다. 그리고 지능을 숫자화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 IQ)로 환산하는 방법도 개발되었다.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지능이 구성적 지능, 경험적 지능, 상황적 지능 등 3요소로 구성되었다고 제안하였다. 가드너(Howard Gardner)는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7가지 지능, 즉 언어 능력, 논리적-수학적 능력, 음악적 재능, 공간 능력, 신체운동 능력, 대인관계 능력, 자신에 대한 이해 능력 등으로 구성되었다는 다중지능이론을 제시하였다.원래 지능검사의 개발 목적 자체가 학교에서의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지능지수가 높은 학생이 학교에서 성적이 좋았다. 소위 “머리가 좋은” 학생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다. 다시 말하면, 지능과 학업 성적 간에는 유의미한 정적 상관이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듯이 지적 능력, 즉 머리 좋은 것만으로는 학교를 떠난 이후의 삶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사회적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지능보다 다른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지능 이외에 삶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찾기 위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그 중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것이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EI)이다.

감정지능을 주창한 메이어와 살로베이(Mayer & Salovey, 1990)는 정서가 주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정서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라고 정의했다. 이 지능은 자신의 정서적 경험에 대한 비판적 돌아보기 및 자신의 감정에 대한 능동적 조절이라는 정서 지능의 자기 조절 기능을 강조한다. 감정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정서를 점검하고, 그것들의 차이를 변별하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정서 정보를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러 연구들은 높은 감정지능을 갖춘 사람은 더 정신건강 상태가 좋고, 더 나은 업무 수행과 더 강한 리더십 기술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정지능 다음으로 관심을 끈 것은 도덕지능(Moral Intelligence:MI)이다. 도덕지능은 미국 아동심리학자인 로버트 콜스(Robert Coles) 하버드대 정신의학 교수가 어린이들의 성장에는 단지 지적인 능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제안한 능력이다. 그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도덕적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는 MQ는 규칙적인 암기나 추상적인 토론을 위주로 지식교육을 중시하는 학교 교육에서는 길러질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부모의 말에 순응하도록 키우는 가정교육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도덕지능은 어린이들 스스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는가를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형성된다.

​소수 어린이 인지적 능력 발달 안돼
정규 교육 따라오지 못하고 낙오

지금 한국 사회에는 정서지능과 도덕지능이 떨어지지만 단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막강한 권력을 쥐고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사다리는 오직 학업성적과 명문대 진학이라는 것 하나밖에 없다고 믿는 사회에서의 불행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사회에서 어린이들의 양육은 자신의 타고난 잠재력을 충분히 개발하는 것이라는 ‘진리의 말씀’은 세상물정 모르는 책상물림들의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의 모든 책임은 자녀의 학업성적과 대학진학이라는 절대절명의 사명에 쏠려있다. 감정지능과 도덕지능의 계발은 도외시하고 오직 학업성적을 올리는 데 전 사회가 ‘다걸기’한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 상황을 만들어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유래 없는 혼란을 겪고 두 편으로 갈라져 갈등하는 것은 국민들의 지적 수준이 낮거나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평균적인 지적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최상의 집단에 속한다.

다만 ‘머리’가 좋은데 비해 감정지능과 도덕지능이 낮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입히는지 모르는 ‘머리만 좋은’ 반쪽 인재들이 좋은 머리로 온갖 간계와 궤변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또다시 낯익은 ‘교육개혁’이라는 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야말로 일반지능 못지않게 감정지능과 도덕지능이 높은 균형 잡힌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히브리 대학교의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교수의 다음 글은 교육개혁의 방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가 후속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과목은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과 ‘마음의 균형(Mental Balance)’이다. 지금까지는 20대까지 공부한 걸로 평생 먹고살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나이 예순에도 여든에도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뭘 새로 배워야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경직되어 있는 사람, 마음이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 감정 지능과 마음의 균형 감각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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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