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서 열린 한수원 국감에 참석, 야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탈원전' 비판에도 초지일관 '에너지 믹스(에너지원의 다원화)' 원칙에 입각한 신재생에너지 육성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2024년까지는 원전 수가 늘어나고, 원전이 줄어드는 것은 2025년부터"라며 "신재생과 원전이 함께 갈 수 있는 (발전원별) 포트폴리오를 통해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우회적으로 '탈원전 고수'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같은 한국당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이 "(원전건설 중단에 따른) 신한울 3·4호기 보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정 사장은 "신한울 3·4호기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일단 제외된 상태지만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 이미 발전 허가가 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전제한 뒤 "현재 (건설이) 정지됐지만 (취소가 아닌) 보류로 조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금은 보류 상태이지만 상황에 따라 건설중단이 풀릴 가능성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고, 이는 노후 원전 폐쇄에 따른 국내 발전량 수급 영향을 따라 원전의 가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 생태계가 탈원전으로 붕괴되고 있고, 기술과 인력도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원전 수출' 경쟁력 저하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정 사장은 "현재 체코, 폴란드, 이집트 등에서 신규 원전 수주를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원전 수출 사업은 한수원이 책임지겠다"며 야당의 공세에 작심한 듯 강하게 응수했다.
반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 등 원전의 취약한 안전관리 실태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은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경주 월성발전소는 91.2%, 울진 한울발전소는 80.2%, 기장 고리발전소는 77.3%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몇십 년씩 임시저장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번 기회에 사용후핵연료 시설의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은혜 의원(비례대표)도 월성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경북 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의 마을 이주 대책을 언급하며 "나아리 주민들은 헌법이 보장한 이주의 자유가 없다. 실질적 자유가 박탈된 원인을 제공한 한수원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정 사장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정부에서 주관하고 있다"고 말해 정부의 처리대책과 재정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뒤 "(나아리) 인근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갑상선 의료검진을 실시 중이고 그 결과가 나와야 (한수원이) 움직일 수 있다. 확증 없이 보상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