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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도’ 조세형이 정말 겁먹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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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도’ 조세형이 정말 겁먹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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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제물포였던 시절, 서양 사람이 동네를 이루고 살았다. 이른바 ‘외국인 거류지’였다.

이 동네에 ‘늙은 야경꾼’이 있었다. 야경꾼은 밤이 되면 ‘나무막대기’를 두드리며 동네를 돌아다녔다. 막대기 두드리는 소리는 잠을 쫓기 적당할 만큼 시끄러웠다.

서양 사람들은 그 ‘딱딱’ 소리가 싫었다. 그래서 ‘자치회’를 열고 늙은 야경꾼을 해고해버렸다.

그 대신 지미라는 젊은 청년을 고용했다. 미국에서 해군을 갓 제대한 젊은이였다. 이 청년에게 높은 봉급을 주며 동네를 지키도록 했다.

그러자 온갖 범죄가 꼬리를 물었다. 도둑은 젊은 미국 청년을 우습게 여겼다. 코앞에서 설쳐댈 정도였다.

‘서양 사람들은 다시 ‘자치회’를 소집했다. 그들은 회의에 참석한 중국 영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도둑이 도둑질을 할 때는 자기가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럴 때 자신에게 다가오는 딱딱 소리를 들으면, 마치 양심을 찌르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도둑은 그 소리가 껄끄러워서 도망치는 것이다.… 새로 뽑은 야경꾼은 젊고 힘도 강하다. 무장도 하고 있다. 그래도 딱딱 소리를 낼 수는 없다. 소리가 안 들리면 도둑은 대담해진다. 거리낌 없이 도둑질을 할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은 늙은 야경꾼을 복직시켰다. 그랬더니 범죄가 신기하게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1900년 고종 임금 밑에서 고문관으로 일했던 ‘샌즈’라는 미국 사람의 글에 나오는 얘기다. 샌즈는 조선 말 산도(山島)라는 이름으로 근무했었다.

‘대도’ 조세형이 항소심 재판에서 “시대적으로 폐쇄회로(CC)TV가 발전해 범죄를 물리적으로도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호소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조세형은 1970~80년대 드라이버 하나로 부유층과 유력인사의 집을 터는 등 절도행각을 벌여 훔친 금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면서 ‘대도’라고 불렸다. 그 ‘대도’가 CCTV 때문에 도둑질하기도 힘들어졌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지난 8월 내놓은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설치한 CCTV 숫자가 지난해 103만 대에 달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의 CCTV까지 합치면 엄청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조세형의 말은 ‘CCTV 사각지대’에서는 범죄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었다. 아예 CCTV를 가리거나 제거해버리고 저지르는 범죄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곳에서는 야경꾼의 ‘양심 찌르는 막대기 소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야경꾼이 없다. 60대가 지난 중늙은이들이 어린 시절 야경꾼의 막대기 두드리는 ‘딱딱’ 소리를 어쩌다가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야경꾼은 밤잠이 적은 노인들에게 괜찮은 일자리일 수 있다. CCTV 설치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면 급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소음 논란’이 문제일 수는 있다. ‘층간소음’이 주먹질로 번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물포의 서양사람’은 시끄럽다며 쫓아냈던 ‘딱딱’ 소리를 다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선거를 앞두고 ‘표’에 유리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