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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품위생법과 음식윤리의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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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품위생법과 음식윤리의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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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세상을 살면서 잊지 못할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인데, 식중독이 뭔지 생생하게 알려준 사건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작은 케이크를 먹었다. 바로 그 케이크 때문에 여럿이 심한 구토와 설사를 하는 식중독에 걸렸고, 심지어 응급실에 간 사람도 있었다. 아니 도대체, 1인당 GDP가 100달러 정도였던 1960년대도 아니고, 3만 달러가 넘는 2019년 대낮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식중독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식품위생법이 제정된 것은 1962년이었고, 우리나라가 식중독이나 부정불량식품에 신경 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 위해 방지’를 주목적으로 삼는 이른바 ‘리스크(risk)’ 방지법에 해당한다. 리스크란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하고, 리스크 방지란 그 가능성을 미리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다. 식품위생법은 위해식품 판매금지, 병든 동물고기 판매금지,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식품위생감시원, 식품위생교육,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등 리스크 방지를 위한 수많은 법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은 위해물질의 식품오염을 차단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리스크 방지제도로, 100% 안전한 우주식량을 제조하기 위해 고안되었던 해썹(HACCP)이 그 효시다. 그런데 최근 5년간(2018년 기준) 해썹 인증업체 5403개 중 977개(18%)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하니, 참 슬프고 절망적이다. 최선의 예방책인 해썹 인증도 소용이 없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인가?
그렇다. 안타깝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도만으로는 식품위해를 방지할 수 없다. 재난에는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있는데,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 위해는 많은 경우 인재에 해당하고, 인재를 예방하기는 참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과 관련 깊은 식약처는 먹거리 안전을 위해 ‘식품안전사고에 대한 근본적 예방’을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전략을 수행할 인원은 1890명(2019년 기준)이다. 식약처는 이 적은 인원으로 식품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식약처의 식품관련 업무 일부만 살펴보자. 2018년 기준으로, 해썹 인증업체 5403개, 식품이력관리등록업체 7341개, 농축수산물안전성 검사 67만5922건, 전국합동단속 점검업체 5만2037개였다고 한다. 극히 일부 업무가 이렇게 과중할 진데, 전체업무는 오죽하겠는가? 결코 식약처 인원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닐 것이다. 인원을 늘리기 어렵다면 업무를 줄여야 한다. 그렇다. 가장 바람직한 길은 법 위반 건수를 줄이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위반건수를 줄일 수 있을까? 사실 별 뾰족한 답은 없다. 고리타분하고 상투적인 답뿐이다. 즉 음식윤리를 교육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음식/식품과 관련된 윤리적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근원적 예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시 말해 윤리적 마인드를 지닌 상태에서 음식/식품을 만들고, 팔고, 먹으면 위반건수가 준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위생법에 음식윤리교육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 식품위생법이 살고, 법의 목적인 리스크 방지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식품위생법과 음식윤리는 윈윈 관계이기 때문이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