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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다스의 손' 손정의가 위워크 투자에 실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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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다스의 손' 손정의가 위워크 투자에 실패한 이유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은 중국 '테크 기업' 알리바바 투자로 무려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손정의 회장의 투자안목에 놀라워하며 그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1000억 달러가 몰린 것도 모두 그 덕분이다.

그런데 손정의 회장의 명성이 잇따른 투자 실패로 빛이 바래고 있다. 손만 대면 돈을 버는 '미다스의 손'에서 손만 대면 손실을 내는 '마이너스의 손'으로 추락하고 있다.
먼저 2013년 미국 통신회사 스프린트를 인수하기 위해 216억 달러를 지급하고 T모바일과 합병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 규제 당국은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에 대해 허용-반대를 반복함에 따라 합병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합병을 전제로 한 투자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이어 손정의 회장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보았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의 기업가치를 470억 달러로 높게 평가해 투자했지만 시장은 회사가치를 최저 80억 달러로 평가한다. 400억 달러 가까이 공중에 증발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위워크에 1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하고 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위워크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투자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위워크가 알리바바와 같은 테크 기업이 아니라는 데 있다.

위워크는 손정의 회장의 투자로 한때 '부동산계의 우버'라고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손정의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단순히 사무실 임대업을 하는 위워크가 갑자기 테크 기업으로 둔갑했다. 그러나 위워크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우버가 아니라 빌딩을 장기적으로 임차해서 입주사에 단기로 공간을 대여하는 부동산 사업자에 불과했다.

스스로 테크 기업으로 정의한 위워크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다. 시내 중심가의 비싼 빌딩을 임차하고 입주사에 사무실과 함께 미래의 기술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호응을 받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일반 테크 기업과는 달리 물리적인 사무 공간으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거기에다 창업자 뉴먼의 도덕적 해이도 위워크의 추락에 한몫했다. 40세의 애덤 뉴먼은 성격이 강하고 번뜩이는 영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사명감에 차 있는 일 중독자로 알려졌지만 개인 제트기는 물론, 본사 사무실에 개인 욕실과 사우나 마사지 테이블을 갖추는 등 초호화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먼은 또 위컴퍼니라는 모회사를 별도로 창업한 후 위워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돈을 꼬박꼬박 챙겨가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위워크를 외면했고 실제로 큰 기대를 걸었던 기업공개(IPO)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소프트뱅크는 위기에 빠진 위워크를 구하기 위해 100억 달러에 달하는 긴급 자금을 투입하고 뉴먼 회장에게 17억 달러를 지불하는 선에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위워크의 장래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위워크를 테크 기업으로 오판하는 한 경영 재건의 답이 나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 마법이 아니다. 냉정한 평가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발견해야지 단지 테크 기업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과열된 투자를 계속한다면 위워크의 실패는 계속될 것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