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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광고·찍어내기·헐뜯기...건설사 '재개발 진흙탕싸움'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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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광고·찍어내기·헐뜯기...건설사 '재개발 진흙탕싸움' 재발

서울 한남3‧갈현1, 광주 풍향구역 등 대형사업장 수주전 과열 넘어 공정성 시비
2017년 클린경쟁 선언 2년만에 고질병 도져...조합원에 피해 전가, 정부 단속 필요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조합 사무실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조합 사무실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
전국 대형 재개발사업지의 시공권 확보를 놓고 건설사간 경쟁이 과열을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대형건설사들 주축으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클린(공정)경쟁’을 실천하기로 의견을 모은 지 2년 만에 도시정비사업 게임의 룰(법칙)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간 서울 한남3구역과 갈현1구역, 광주 풍향구역 등 대규모 재개발사업장에서 입찰 참여 건설사 간 과도한 사업제안, 일부 재개발 조합의 특정 건설사 편들기 의혹 등으로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에서는 조합 집행부가 응찰자인 현대건설의 시공사 입찰 자격을 박탈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조합원들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6일 현대건설의 입찰무효를 의결하는 긴급 대의원회의를 소집해 현대건설의 입찰 자격 박탈과 입찰 보증금 몰수 등의 안건을 찬성 의견으로 통과시켰다. 조합 측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입찰제안서 중 설계도면 누락과 공사비 예정가격 초과 등을 입찰 무효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현대건설 측은 조합의 입찰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접수 완료된 입찰서류인 만큼 전혀 하자가 없음을 주장하며 조합 대의원회의 결정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의원회의 결정은 특정건설사에 편중한 파국적 국면으로 몰아가는 조합의 행태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조합과 해당 대의원에 민·형사상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합과 현대건설 간 신경전은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들 간 내홍으로 옮아가고 있다. 26일 대의원회의를 앞두고 200여명의 조합원들은 갈현1구역 조합사무실 앞에서 조합 집행부를 규탄하는 집단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공사 입찰은) 경쟁체제로 가야한다”고 강조하면서 “현대의 입찰조건이 롯데보다 좋은데 조합과 롯데건설이 사전결탁을 맺어 현대건설을 쳐내려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 집행부의 특정 시공사 편들기가 도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며 조합 집행부의 편파적인 행태와 결정을 비난했다.

사업비만 1조 8000여억 원에 이르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도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3개 대형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 시공권 경쟁에서 ‘3파전’을 확정됐다.

3파전이 되다보니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선 입찰 제안서의 파격적인 조건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3사는 서로 분양가 보장, 이주비 지원, 특화설계안 등 파격적인 조건들을 입찰 제안서에 담아 조합에 제시했다.

GS건설은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 원까지 보장(분양가상한제 미적용시)’을, 대림산업은 ‘임대아파트 제로(0)’를, 현대건설은 ‘가구당 최저 이주비 5억 원+추가 이주비 보장’을 나란히 내걸었다.

그러나 도시정비업계에서는 3개 건설사가 제안한 내용들이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이나 서울시 지침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이곳에서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건설이 주장하는 순부채비율의 진실’, ‘재건축 사기극 ○○건설’, ‘묻지마 수주 ××’ 등 출처가 불분명한 상호비방용 전단지들이 돌면서 건설사들 불법홍보 의심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실현불가능 공약이라는 지적이 일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나서 3개 건설사의 한남3구역 조합에 제출한 시공사 입찰제안서와 불법홍보 행위에 특별점검에 나섰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응찰 3개사의 특별점검을 이달 말까지 진행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경쟁 중인 공사비 8000억 원 규모인 광주광역시 풍향구역 재개발사업장에서도 ‘경쟁사 헐뜯기’의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포스코건설 측이 입찰서와 다른 설계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홍보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하는 반면, 포스코건설은 롯데건설이 제안한 ‘최고 높이 49층’ 설계안은 위법으로 향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대형 정비사업장 수주 경쟁이 무차별 헐뜯기와 편파행동 양상으로 확산되는 것에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건설사 간 혈안이 된 ‘일감확보 전략’에서 빚어진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강남권 재건축 시공권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불법행태가 공론화된 이후 수주경쟁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사업에서 뚜렷한 수주 돌파구가 없는 건설사들이 실적을 맞추기 위해 정비사업 분야에서 제살깎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 간 과열 수주경쟁으로 나온 설계 변경 제시, 과도한 이주비, 높은 분양가 확정 제안들은 실제로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 뒤 “건설업계의 진흙탕 수주전으로 피해를 입는 쪽은 결국 조합원들이 될 것”이라며 조합원 피해를 막기 위해선 건설사간 지난친 경쟁 자제와 당국의 과열 진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