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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KDI의 통화정책 경고에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 펼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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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KDI의 통화정책 경고에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 펼칠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고 있는 가운데 한은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29일 밝혔다.

한은은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그동안의 의견을 견지했다. 별도로 KDI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한은이 내놓은 통화와 물가에 대한 정책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저금리 장기화된다면 부동산이라든가 위험자산으로의 자금유입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으며, 이는 큰 폭의 통화완화정책을 채택한 대부분 나라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국내에서도 그런 가능성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그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28일 발간한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은이 2013년 이후 나타난 저물가 현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한국은행법에서 ‘금융안정’ 목표를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 연구원은 “금융안정 그 자체가 통화정책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그러다 보니 물가 안정에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금융안정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 추구하기보다는 물가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정도 수준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안정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면 좀 더 물가 안정을 목표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물가 현상이 시급하지만, 통화정책목표에 금융안정 조항이 있기 때문에 한은이 더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정 연구원은 “통화정책 체계 자체를 바꾸면 (금융안정 조항을 빼면) 운용할 때 물가에 집중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부동산 규제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축소된 경험도 있고, 자본유출입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외환건전성 규제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등 금융안정은 통화정책 외의 수단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은법에 있는 금융안정을 폐기하라는 주장이다.

한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경기둔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고유 책무인 '물가안정'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과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KDI는 한은 통화정책이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지속해서 하회하더라도 금융안정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수행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법 목적조항인 제1조에는 1항에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라고 적시하고 있으며, 2항에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에는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한은법에 명시된 것은 2011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다. 2009년 11월 금융안정 목표를 추가한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1년 9개월 만인 2011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한은은 통화정책을 펼 때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고려하게 됐다.

한은의 목적조항 변경까지 언급한 것에 대해 정 연구원은 “(금융안정 목표를 빼는 것이) 꼭 맞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간 저물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고,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속되는 저물가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현시점에서는 한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물가안정 추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이 지난해보다 역성장했지만,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면서도 "경기 상황이 안 좋아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경기둔화를 방어하고, 무엇보다도 물가목표 수준인 2% 내외의 물가상승률로의 회귀를 위해서라도 완화적 통화정책이 중요한 시점이다"며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을 둘 다 추구하는 지금의 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변화가 필요한 건 맞다"고 덧붙였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