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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천안 ‘갤러리아’에 부는 푸른 바람…서양화가 황창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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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천안 ‘갤러리아’에 부는 푸른 바람…서양화가 황창하 개인전

황창하 작 'Transformation(변혁)', 2013,_65x53cm, Material_Acrylic on Canvas
황창하 작 'Transformation(변혁)', 2013,_65x53cm, Material_Acrylic on Canvas
가을 장강에 바람이 일면/ 푸른 용이 연처럼 난다/ 등줄기에 마른 기쁨이 수묵으로 번진다/ 금세 녹아내릴 것 같은 번뜩이는 상상/ 손주 생각에 싼 보따리 같이 올망졸망한 그림들 야래/ 크고 작게 빚은 손끝은 보드랍고/ 지혜의 눈은 산토끼를 닮아있다/ 너른 강이 달을 모으는 언덕에 서면/ 길들여지지 않은 푸른 녹(綠)이 용트림을 부르고/ 씀바귀 내음처럼 짙게 뿌린 선율이 시월의 마지막 밤을 삼킨다/ 열정이 금지선을 타고 넘으며/ 큰 눈 내릴 때 까지 연장을 허한다/ 발칙한 도발이다/ 분주한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 시월은 온전한 작가의 것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천안 쌍용동 ‘갤러리아’(관장 데이빗 장)에서 제1회 <황창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서양화가 황창하(黃昌夏, Hwang Chang Ha)는 머리는 차고 가슴이 뜨거운 청년작가이다. 작가는 가혹한 자기 연마와 내공을 쌓은 여름 나이에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유학해오면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문명을 닦아 온 작가이다. 철학하는 작가 창하(본명 유스티노)의 교양으로 무장된 겸손한 자세는 가풍을 물려받은 것 같다.
황창하 작 '.CommunicationandRest(소통과휴식)', 2013, 20x30cm,  Material_Acrylic on Canvas
황창하 작 '.CommunicationandRest(소통과휴식)', 2013, 20x30cm, Material_Acrylic on Canvas

황창하의 주제적 사색에 걸친 작가의 점・선・면을 따라 무・유색의 조형 공간을 탐색하다 보면 게임을 하는 듯한 동심에 삐지거나 문명시대의 해박한 지식들이 작품에 스며들어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번득이는 천재성은 몽환성과 연결되어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떠올린다. 현대판 몽유도원이 된 작품들은 크로노스(Kronos)와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적 의미,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관계, 조련과 자연 치유, 자아 세계와 같은 폭넓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 세계최초 황토 작가 삼경 박병준, 미국 뉴저지의 ‘갤러리아 장’ 관장인 한국화가 장혜림, 미국 뉴저지 주의 공화당 8선 의원 샤롯 벤더버그(Charlotte Vandervalk)가 우선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고, 지속적 관심 속에 지금까지 50여명의 해외 팬들이 전시작을 관람했으며, 서울・부산・광주・울산・제주 등지의 친지들의 방문, 연예계에서의 관심도 주목할 만 하다. 1차 전시가 마감될 때 까지 <갤러리아>을 방문한 누적관람객 수는 4천명에 육박한다.

황창하 작 'FindSpatial(공간찾기)', 2019, 33.4x24cm, Material Acrylic&Mixd Media on Canvas
황창하 작 'FindSpatial(공간찾기)', 2019, 33.4x24cm, Material Acrylic&Mixd Media on Canvas

희랍어로 ‘크로노스’는 연속적 경과의 시간, ‘카이로스’는 기회와 결단의 의식적・주관적 시간이다.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는 ‘기회의 신’이다. 리시포스作 카이로스 조각상은 무성한 앞머리와 벗어진 뒷머리에 날개를 단 채 뒤꿈치를 들고 양 손에 저울과 칼을 든다. 이솝우화에서는 사람들이 그를 붙잡는데 용이(앞머리), 스치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뒷머리),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한(날개) 것이라 한다. 저울과 칼은 옳고 그름의 측량과 냉철한 결단을 가리킨다.

<황창하 개인전>은 의사협회 부인들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11월 30일까지 연장 전시에 들어간다. 이어 12월 2일부터 6일까지 천안시청 전시회가 확정되어 있다. ‘갤러리아 장’은 작가의 문명외적인 영역, 느낌의 시간(카이로스의 시간)에 주목한다. 포식적 문명에 대한 연민에서 발아된 작가의 시선은 알차고 구체적인 구원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 각성과 결단의 시간에 집중한다. 기 예시된 상위 시간 개념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걸친 예술행위로 확장된다.

황창하 작 'SouthAfrica(남아프리카)', 2019, 26x18cm, Material Acrylic&Mixd Media on Canvas
황창하 작 'SouthAfrica(남아프리카)', 2019, 26x18cm, Material Acrylic&Mixd Media on Canvas

작가의 시간이 침화된 초기 전시작은 카이로스적 호기심을 보인다. 황창하는 결단의 시간을 선택했다.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며 질주하는 모습은 성직자의 화작봉사(畵作奉事)의 모습이다. 그는 가브리엘의 미소와 그레고리안 성가를 선사받아 베토벤 환희의 송가에 이르는 광휘를 경험할 것이다. 작가의 인생보고서에 해당되는 ‘변혁’, ‘소통과 휴식’, ‘공간찾기’, ‘남아프리카‘. ’경청’, ‘재순환’, ‘루비콘강’, ‘융합’, ‘나의 방’, ‘세계평화’, ‘자아’, ‘1과 0’, ‘30분의 여유’, ‘원효대사의 해탈’, ‘길들여짐’에 걸친 십오 편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몇 작품에 대한 주제적 인상을 적어 본다. ‘변혁’, 디지털 음원을 듣기 위해서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시켜주어야 하는데 그때 필요한 장비를 DAC(Digital Analog Converter)라고 부른다. 이 장비는 음파선형으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장비의 역할처럼 인간관계에서도 상호 조정 역할은 중요하며 문명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소통과 휴식’, 빠르게 디지털화한 현 시대에서 약간 느리지만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소통하는 일들을 낭만과 여유로움을 접목하여 휴식을 취해본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길들여짐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얻고 놓치면서 살아가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황창하 작 'Listening(경청)', 26x18cm, Material Acrylic&Mixd Media on Canvas
황창하 작 'Listening(경청)', 26x18cm, Material Acrylic&Mixd Media on Canvas

재순환, 오디오의 접지(Earth Grounding)는 전원(AC)으로 부터 오는 각종 불필요한 누설전류를 정화하여 노이즈를 없애고 보다 원음에 가까운 소리에 근접하기 위해 사용된다. 정수기와 같은 이치이다. 정수기는 각종 필터를 사용하는 반면, 오디오 접지는 각종 광물, 흙, 숯처럼 대지에서 얻을 수 있는 요소들에 불필요한 노이즈(누설전류 및 자장)를 흘려보내 정화한다. 작가는 인간들이 어머니 대지에게 막연히 의존하며 자행한 무책임한 행위들을 고발한다. 핵에너지 운용과 동시에 쌓여가는 폐기물들, 어머니 대지는 늘 묵묵히 모든 걸 받아들인다.

‘세계평화’, 전체의 기운이 포근하고 선이 아름답다. 세밀함과 조화로운 구도로 유유자적한 화법을 구사한다. 자연과의 친근함과 신선한 색상으로부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세계적 교감을 힐 수 있다. ‘길들여짐’이란 셍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준 소중한 가르침 중 하나이다. 길들이기 위해서는 크로노스적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카이로스적 시간이 부여되어야만 완전한 길들여짐이 된다. 작가는 작품제작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 제작은 거부할 수 없는 크로노스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가는 작품과 끊임없는 소통과 ‘길들임’으로써 마침내 완성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황창하 작 'Recycling(재순환)', 2019, 33.4x24cm, Material Oil,Acrylic&Mixd Media on Canvas
황창하 작 'Recycling(재순환)', 2019, 33.4x24cm, Material Oil,Acrylic&Mixd Media on Canvas
황창하 작 'MyRoom(나의방)', 2019, 24x18cm
황창하 작 'MyRoom(나의방)', 2019, 24x18cm


황창하 작가는 크고 넓게 에너지를 구사하면서, 작품의 근간인 문명 파괴에 대한 ‘아날로그의 눈물’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품을 통해 소통과 설득, 화해와 용서를 통한 인간성 회복과 평화에 대한 간구를 실행하는 도구적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정신적 내면은 그림 이상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의 작품들의 구도는 직선보다는 곡선, 정원 보다는 울퉁불퉁한 탄력적 타원형이 많다. 어우러짐 속에 무한 자유와 평화를 꿈꾸는 작가는 강온을 적절히 구사하며 선행으로의 동행을 일깨운다. 천안 ‘갤러리아’ 초대 황창하 전시회는 특별한 의미의 전시로 다가온다.

사진제공=갤러리아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