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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호가'를 '매매가격'이라 발표하는 감정원, 이를 근거로 부동산정책 만드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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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호가'를 '매매가격'이라 발표하는 감정원, 이를 근거로 부동산정책 만드는 정부

박홍근 의원·도시연구소, 실거래가와 한국감정원 동향조사 자료비교 발표
실제거래 없음에도 호가 등 근거로 가격동향 발표...실거래가와 괴리 발생

한국감정원이 31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2019년 10월 4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내에 수록된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도표. 사진=한국감정원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감정원이 31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2019년 10월 4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내에 수록된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도표. 사진=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이 실제 거래가 없음에도 단순 '매도호가' 등을 근거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매주 발표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감정원의 이같은 통계를 근거로 분양가상한제 등 주요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과 한국도시연구소가 분석한 '실거래가와 한국감정원 동향조사 자료비교'에 따르면, 감정원은 주택가격동향 조사의 표본이 되는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실제 매매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가격동향을 발표해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원은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라는 이름으로 매주, 매월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동향을 발표한다.

전국 176개 시·군·구의 3698개 단지, 총 8008가구의 아파트를 표본으로 정해놓고 특정 시기의 집값을 100으로 정해 매주 매매가격의 상승과 하락분을 지수화해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전국 아파트 가구 수가 900만 가구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표본 수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표본 아파트는 총 607개 단지 1378가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서울만 봐도 607개 단지 중 1주일에 매매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는 단지가 매우 많음에도 매주 이들 단지의 '매매가격'이 발표되는 셈이었다.

박 의원실과 도시연구소가 서울의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규모 단지가 위치한 서울 6개 구 6개 동(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반포동,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이촌동, 성동구 행당동)을 선정해 각 단지의 실제 매매 건수를 살펴본 결과, 6개 동 229개 단지 중 54.8%는 올해 35주 중 32주 이상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올해 35주 중 실거래가 한 건이라도 있었던 주가 17주 이상 된 단지는 229개 단지 중 3.9%에 불과했다.
특히, 감정원 표본단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면적 59.99㎡와 '테헤란로 대우아이빌' 전용면적 65.24㎡는 올해 거래가 없었던 주가 35주 중 34주에 이르렀다.

또 서울 강남구 도곡동 경남아파트·현대비젼21, 삼성동 래미안삼성1차·서광아파트·현대힐스테이트2단지, 수서동 수서한아름아파트, 일원동 우성7단지 등도 거래가 없는 주가 35주 중 31주를 넘었다

감정원 업무메뉴얼에 따르면 실거래 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매물사례(매물호가)와 중개업소 정보, 인터넷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적' 방법으로는 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가격동향과 실제 거래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박 의원 측의 지적이다.

매도호가는 파는 사람이 부르는 가격으로서 일반적으로 실제 성사되는 거래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도호가와 실거래가 사이에 괴리는 더 커진다.

결국, 감정원은 호가를 포함해 조사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실거래가를 결정하다 보니 정확한 시장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박 의원 측에 따르면, 감정원이 발표했던 '월간동향조사(서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1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분양가상한제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7월과 8월에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는 떨어졌는데도 감정원의 동향조사는 7월 이후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다.

박 의원 측이 선정한 6개 구 6개 동의 아파트 3.3㎡당 매매가격 변화를 살펴봐도 감정원의 공표 결과와 달리 지난 1월 이후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했거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일정한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감정원의 이 통계를 근거로 분양가상한제 등 중요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의 신뢰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계를 근거로 수립되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예컨대, 감정원 통계상 가격이 하락세로 나타나서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에서 제외됐는데 알고보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지역이었다면 정부 정책은 당초 의도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는 표본 아파트 수를 늘리거나 주간동향은 발표하지 않는 등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감정원이 표본 수 확대를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표본 수가 늘어난 후에도 통계의 정확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지역 지정 시 정부는 감정원의 주·월간 주택가격동향을 기초로 결정하는 만큼 부정확한 속보성 자료가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주의하여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