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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한국건설사, 인해전술 '중국자본'에 국제입찰 취소로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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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한국건설사, 인해전술 '중국자본'에 국제입찰 취소로 허탈

베트남 최대 토목공사 국제입찰 취소 배경에 저가품질의 중국 투자자 우려 때문

베트남 최대 토목공사인 남북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의 대우, 롯데, 포스코, 현대, GS건설 등이 투자자로 나서며 한껏 기대를 모았다가 돌연 국제입찰이 취소되고 국내입찰로 변경된 배경이 밝혀졌다.

입찰에 참여한 많은 중국인 투자자들이 국제입찰 취소의 원인으로 꼽혔다. 열악한 조건을 그나마 맞춰줄 수 있는 국제 투자자가 중국인데, 이들이 대거 몰리면서 경쟁력이 크게 하락했다. 가뜩이나 품질 낮은 고속도로가 건설될 수 있다는 우려에, 여러차례 경험상 완공시점을 기약 할수 없는 사태가 더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인해전술 앞세운 중국자본이 원인(?)


최근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17~2020년간 동부지역의 남북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의 투자 정책을 담은 ‘제52/2017/QH14호’ 통지서 시행과 관련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계획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을 선정했어야 하지만 돌연 국제입찰이 취소됐다.

베트남 정부의 말을 빌리자면 민관합동프로젝트(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S) 형식에 대한 베트남의 법률 시스템이 아직 불완전하다고 판단했다. 최소수익 보장, 외화환산 약속 등은 물론 정부를 대신해 계약상의 약속이행을 보증할 제3자 보험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러 악조건들이 입찰자 평가에 반영되니 국제입찰자 선정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많은 프로젝트들이 서류 심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서류 심사 과정을 통과한 투자자도 거의 없는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고 결국 국제입찰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 베트남 정부가 우려했던 것은 따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국제입찰이 취소된 주된 이유로 너무 많은 ‘중국’ 투자자들이 꼽혔다. 남북 고속도로 프로젝트 국제 입찰에 들어온 서류 60건 중 30건이 중국 투자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26일까지 프로젝트 관리위원회는 서류 심사 평가 결과를 제출했다. 입찰 평가 결과와 평가 기관에 따라 투자자들이 서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4개가 있었다. 8개의 민관합동프로젝트(PPP)의 절반이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1명의 투자자가 서류 심사를 통과한 프로젝트는 2개가 있었다. 또 3명의 투자자가 서류 심사를 통과한 프로젝트는 1개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60개의 입찰서류 중 19개는 중국 투자자였고, 중국과 베트남의 합작투자자가 11개였다. 베트남 투자자는 15개, 베트남과 프랑스 합작투자자가 3개, 한국 투자자가 10개의 서류가 있었다. 한국과 베트남이 합작으로 투자한 곳은 1개였다.

◼︎ 저가 불량품 될 바엔 자국기업 손으로


요약하면 베트남 정부 입맛에 맞는 조건들을 수용할 정도의 투자자는 대부분 중국자본인데, 이들이 몰리다 보니 국제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졌고, 결국 국제입찰 취소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의 우려는 지나친 걱정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는 분위기다. 이미 베트남은 중국자본에게 여러 차례 뒷통수를 맞았다. 대표적인 게 하노이의 1호 지하철(지상철)이다. 깟린과 하동을 연결하는 메트로 1호선은 중국투자자들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하노이 1호 지하철은 당초 계획보다 완공이 8년이나 지연됐다. 건설 비용도 5억5300만달러에서 8억6800만달러(약 1조264억 원)로 불어났다. 또 이 과정에서 각종 부정부패 문제가 연류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운행에 필요한 장비 99%가 수입됐지만 97%만 설치가 됐으며 안전평가를 담당하는 프랑스컨소시엄 그룹에 인증서를 제출하지 않아 올해도 운행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언론들은 높고 안정적인 성장의 국내 거시 경제 상황에서 건설되는 동쪽 남북 고속도로는 사회경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지난 9월 14일 교통부 장관은 국제 입찰 형식을 취소하고 국내 입찰로 전환을 결정했다.

여기에 그동안 베트남 기업들이 외국기업들의 하청업체로 일하면서 많은 국가 프로젝트들을 수행한 경험도 입장변화에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분석이다.

현지 경제 전문가는 베트남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외국 자본에 의존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마냥 좋은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상당수 현지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 파트너가 되면서 프로젝트 지연으로 빚더미에 나 앉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베트남 교통부는 계획 투자부와 협력하여 국내 공개 입찰 형태에 맞게 입찰 문서를 조정했다. 교통부는 오는 2020년 2월까지 투자자 선발 과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