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수첩] '풍력 100% 전력 충당'의 이상과 현실

공유
0

[기자수첩] '풍력 100% 전력 충당'의 이상과 현실

산업2부 김철훈 기자
산업2부 김철훈 기자
지난 10월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재생에너지총회에서 덴마크 풍력회사 부사장은 앞으로 8년 안에 덴마크 전체 전력을 풍력으로만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는 풍력만으로 한 국가의 전력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이유는 노르웨이 등 주변국과 전력망이 연결돼 긴급할 때 서로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주일 뒤 국책연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개최한 동북아에너지포럼에 참석한 몽골 에너지부 관료는 몽골은 풍력만으로 100기가와트(GW)의 발전설비용량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이 원전 25기를 포함해 총 110GW이고 성수기 최대 전력 수요가 85GW인 점을 감안하면, 몽골과 한국간 송전망을 연결할 경우 국내 모든 전력 수요를 풍력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기술력만 보면 한국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과 핵융합기술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이론상 가능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8년 후 '풍력발전 100%' 미래를 거론하는 덴마크는 우리에겐 '먼 얘기'처럼 들린다. 유라시아대륙 양끝에 있는 북·서유럽과 동북아시아는 근대 들어 100년 이상의 역사적 시차를 보여 왔다. 18세기 유럽에 근대민족국가가 태동할 때 동북아는 봉건사회였고, 20세기 유럽에 민족국가 경계를 넘는 국가간 연합이 태동할 때 동북아는 근대민족국가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21세기는 어떤가. 북·서유럽이 국가 간 에너지교역을 통해 재생에너지만으로 모든 전력을 충당하려는 지금, 동북아는 기존의 상품교역마저 제한하고 있다. 남북한 관계는 제쳐놓더라도 강제징용자 배상문제 등에 따른 한일간 갈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마찰 등 역사와 군사 문제로 서로 불신하는 마당에 국가안보와 직결된 에너지 교역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을까.

일본이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해 이를 배로 들여와 자국 수소경제를 가동하는 방법에 매달린 것도 결국 이 때문이 아닐까.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동북아 국가간 전력망을 연결했을 때 얼마의 경제 편익이 창출될지를 시뮬레이션한 5개국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기술력만으로도 막대한 경제 편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현재의 동북아 정세를 감안하면 실현할 날이 요원해 보인다는 점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