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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TV 밀물에…삼성전자-LG전자 한가하게 싸울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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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TV 밀물에…삼성전자-LG전자 한가하게 싸울 때 아니다

샤오미·TCL·하이얼 등 中 업체, ‘가격경쟁력’ 앞세워 글로벌 TV 시장 장악

중국 정보기술업체(IT) 샤오미가 지난달 17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를 통해 샤오미 '미(Mi) TV'가 올해 1분기 인도 시장에서 39%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며 이는 2~4위 TV 제조사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보기술업체(IT) 샤오미가 지난달 17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를 통해 샤오미 '미(Mi) TV'가 올해 1분기 인도 시장에서 39%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며 이는 2~4위 TV 제조사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7680×4320 화소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초고선명 TV)’ 시장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TV업체들이 잇달아 한국과 전 세계 TV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국 TV업체들은 가성비와 첨단 기술력을 갖춘 제품을 내놔 국내 기업의 세계시장 주도권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LG 게 섯거라”…샤오미·TCL, 글로벌 TV시장서 韓 숨통 조여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인도 스마트 TV시장에서 LG(시장점유율(M/S) 14%)와 삼성(13%)을 각각 제치고 1위(32%)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1~2위 TV 제조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인구 13억 거대 인도시장에서 자칫 중국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2월부터 인도에 32·43·55인치 TV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샤오미는 올 5월에는 인도 시장 누적 TV 출하량이 200만대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업체다.

샤오미는 인도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지난 2분기 기준 TV 시장 M/S가 20%를 돌파해 스마트폰 사업을 넘어 이제는 TV로 사업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TV 제조 업체 TCL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TCL은 올 1분기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서 TV 판매대수 기준 M/S 26.2%로 삼성전자(21.8%)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북미는 TV가격 등 단일 지역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TV 시장이다. 이에 따라 삼성, TCL,일본 소니 등 글로벌 업체들이 사활을 거는 곳이다.

특히 같은 기간 TCL, 하이얼, 샤오미 등 전체 중국 업체들의 북미 TV 시장 M/S는 32.6%로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 점유율(34%)을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비록 미국-중국 무역분쟁 영향으로 이들 중국업체들의 2분기 북미시장 M/S가 20%대로 추락해 한국 기업과의 간격이 벌어졌지만 언제든지 한국 기업을 제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북미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 중국 시장에서 이들 중국 업체들은 무려 67%의 점유율을 보이며 사실상 TV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등 위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삼성, LG, 소니 등 기존 글로벌 업체들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이 발표한 지난 1분기 TV 평균가격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TV 평균 가격은 755달러(약 87만 6000 원)인 데 비해 샤오미 TV 평균 가격은 절반도 안되는 271달러에 그쳤다. 삼성전자 TV 1대 가격에 샤오미 TV를 3대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또다른 중국 TV업체 하이센스(434달러), 스카이워스(408달러), 콘카(338달러), TCL(336달러), 창홍(332달러) 역시 삼성(755달러)과 LG(625달러)에 비해 평균가격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산 TV제품 가격이 한국제품에 비해 싼 편이지만 기술력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중국TV 기술 수준은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 지원을 힘입어 삼성.LG와 근접한 수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기술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가격은 저렴한 제품을 구태여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삼성과 LG에 이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소니 역시 삼성과 LG 아성이 무너지면 언제라도 글로벌 1위를 꿰찰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중국 전자업체 TCL이 최근 스마트 TV를 내놔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전자업체 TCL이 최근 스마트 TV를 내놔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中 급작스런 약진에…삼성·LG 실적 직격탄


중국 TV업체들의 약진에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LG전자 TV 사업부 HE 부문(홈엔터테인먼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1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29억원)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은 정확한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TV 판매량이 약 10% 중반 정도 증가했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해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줄었다고 밝혔다. 값싸고 성능이 좋은 중국산 TV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삼성과 LG는 모두 글로벌 TV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공세를 이기지 못해 TV패널을 기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바꾸는 등 기술 업그레이드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TV 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중국 업체들의 놀라운 행보"라며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과 LG가 상대방을 향해 총질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