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아르셀로미탈, “이탈리아 일바 인수 포기…의회가 환경개선 면책기간 보장 약속 어겨”

공유
0

[글로벌-Biz 24]아르셀로미탈, “이탈리아 일바 인수 포기…의회가 환경개선 면책기간 보장 약속 어겨”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이 이탈리아 철강회사 일바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 최대 일관 제철소인 이탈리아 일바 타란토 제철소 전경. 사진=일바타임스닷컴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최대 일관 제철소인 이탈리아 일바 타란토 제철소 전경. 사진=일바타임스닷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AFP·통신등에 따르면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아르셀로미탈이 이탈리아 철강회사 일바(Ilva) 인수 계약을 취소한다고 일바 측 경영진에 통보했다고 4일(이하현지시각) 밝혔다.

일바는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 타란토의 일바 제철소에서 대량의 독성 물질을 방출해 대기·수질을 오염시킨 혐의가 드러나 2012년 국가에 압수돼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해 11월 아르셀로미탈에 인수됐다.

아르셀로미탈은 인수 조건으로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타란토 제철소 시설과 운영 방식을 환경 기준에 맞게 개선할 수 있는 법적 면책 기간을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2024년까지 타란토 제철소를 환경친화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12억 유로를 오염억제에 쏟아붓는 등 총 24억 유로(약 4조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탈리아 의회가 당초 결정을 철회하면서 아르셀로미탈은 3일 법적 면책 기간을 박탈당했다.

이에 아르셀로미탈은 "의회의 결정으로 운영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라며 인수 작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아르셀로미탈은 또 이탈리아 법원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타란토 제철소의 일부 고로를 폐쇄하라고 명령한 것도 일바 인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르셀로미탈의 결정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전역에서 비판의 화살이 쇄도했다. 우선 이탈리아 정부는 아르셀로미탈이 일바를 떠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쥐세페 콘테 총리는 5일 오후 로마로 아르세롤미탈 경영진을 불러 논의하기로 했다.

아르셀로미탈이 이대로 물러나면 일바의 타란토 제철소는 사실상 문을 닫는 절차를 밟고 직원 8000여명은 실직의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바 노동자들이 소속된 노조 'CISL'은 "우리는 산업·사회·환경적 재앙에 직면했다"면서 “정부가 아르셀로미탈이 다시 인수작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개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으로 이뤄진 연립정부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 남부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오성운동은 환경 보호를 이유로 그동안 줄곧 타란토 제철소 폐쇄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빈곤에 허덕이는 이 지역에선 오성운동의 이러한 입장에 불만이 팽배해있다.

연정의 대척점에 서 있는 극우정당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는 이번 사태를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무능한 연정 심판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