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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희한한 ‘술버릇’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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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희한한 ‘술버릇’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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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학자 심괄(沈括)이 쓴 ‘몽계필담’에 희한한 ‘술버릇’ 이야기가 나온다. 석만경이라는 관리의 술버릇이다.

석만경은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바닷가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밤중이 되자 술이 모자랐다. 취한 눈으로 바라보니 배 한 척이 떠 있었다.

배 안에는 식초가 한 말이나 실려 있었다. 모자라는 술에 식초를 부어서 마셨다.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술도, 식초도 동이 나고 말았다. 이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석만경은 술을 마셔도 그냥 마시지 않았다. 희한한 ‘주법(酒法)’을 개발했다.

어떤 때는 머리를 산발한 채 죄수처럼 목에 형틀을 걸고 술을 마셨다. 이 주법을 ‘수음(囚飮)’이라고 불렀다. 그래야 술맛이 나는지 죄수처럼 차리고 앉아서 마신 것이다.

어떤 때는 나뭇가지 위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를 ‘소음(巢飮)’이라고 했다. 새처럼 둥지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앉아 술을 마신 것이다.

풀뿌리로 자기 몸을 묶은 다음 술을 마실 때는 목을 길게 뺐다가 마시고 나서는 목을 움츠리는 ‘별음(鱉飮)’도 개발했다. 자라나 거북이 흉내를 내며 술을 마신 것이다.

한밤중에 술을 빈방에다 차려놓고 마시는 ‘도음(徒飮)’도 있었다.

어떤 때는 방구석에 숨어 있다가 나와서 술을 마시고는 다시 재빨리 숨어버리는 묘한 짓을 하기도 했다. 이를 ‘귀음(鬼飮)’이라고 했다. ‘술귀신(?)’ 흉내였다.

석만경의 희한한 술버릇은 마침내 황제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황제는 석만경을 불러 술을 끊으라고 지시했다.
석만경은 이후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좋아하던 술을 끊게 되자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술 마시고 취하는 데에는 4가지 단계가 있다고 했다.

① 해구(解口). 입이 풀리는 단계다. 말실수를 하게 된다.

② 해색(解色). 색에 대한 자제력을 잃는다. 추녀가 양귀비로 보인다.

③ 해원(解怨). 술을 마시면 분풀이로 끝장을 본다. 물건을 깨거나, 주먹질을 한다.

④ 해망(解妄). 의식을 잃는다. 인사불성이 된다.

유대인의 지혜가 담긴 ‘탈무드’에도 비슷한 단계가 나온다.

① 술을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같이 온순하고,

②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납게 되고,

③ 조금 더 마시며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 부르며,

④ 더 많이 마시게 되면 토하고 뒹굴고 하여 돼지처럼 추하게 된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뭘까. 작가 채만식(蔡萬植)은 이렇게 쓰고 있다.

“배가 부르자고 먹는 술, 술 먹는 멋으로 먹는 술, 울분할 때 흥을 돋우자고 먹는 술, 외입할 준비 공작으로 먹는 술, 술 먹고 지랄하자고 먹는 술, 그리고 그냥 술이 먹고 싶어서 먹는 술….”

술은 이렇게 엉뚱하게 마시기도 하고, 마시다 보면 ‘왕창’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거나 탈무드처럼 돼지처럼 추해질 수도 있는 법이라고 했다. 술을 마시는 이유도 '각인각색'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연예인 사진이 있는 술병의 술에 흠뻑 빠지는 '별난 술버릇'도 있는 듯싶었다. 보건복지부가 ‘술병 등 주류 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담지 못하도록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그렇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