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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업 승계' 지원 없이 '장수기업' 육성 꿈도 못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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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업 승계' 지원 없이 '장수기업' 육성 꿈도 못꾼다

산업부 오만학 기자.
산업부 오만학 기자.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효성이 올해로 각각 창립 50주년, 53주년을 맞았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로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한 삼성과 효성은 ‘창립 50돌 기념식’에서 앞으로 50년도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100년 기업’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위에서 100세에 가까운 어르신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분 만의 건강 비결이 궁금해지듯 ‘장수’는 한 사람 건강상태를 나타내주는 척도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과 비교해 ‘100년 기업’, 즉 장수기업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기준으로 주요 국가 장수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3만3069개), 미국(1만2780개), 독일(1만73개)에 비해 우리나라는 고작 8개로 0.0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많은 전문가는 우리나라만 기업들이 채 100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데에는 기업들의 건전한 기업승계를 가로막는 정부 규제가 한몫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反)기업 정서’로 무장한 정부는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상속 공제 제도로 '기업 옥죄기'에 바쁘고 이를 이기지 못한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대로부터 내려온 기업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회사 명운을 전문경영인 손에 맡긴다는 말이다.

반면 일본·독일 등은 장수기업을 귀한 사회적 자산으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가족기업을 중심으로 한 가업승계 전통이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이러한 기업문화에 힘입어 일본에는 창립 1000년을 맞는 초장수 기업이 무려 7곳이나 된다고 한다.

흔히 젊은 사람은 노인의 지혜를 절대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하나둘 늘어난 흰머리엔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경륜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 대해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견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이때 국내경제 버팀목을 튼튼하게 만드는 길은 100년 장수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