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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부에 힘 실어준 국책연구기관 KDI 성장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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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부에 힘 실어준 국책연구기관 KDI 성장률 전망

올해 2.0% 성장 가능... 대기업 대규모 투자·재정지출 확대 등이 성장률 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13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정부의 2.0% 성장률 목표가 달성 가능하다는 시각을 나타내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간 연구기관과 시장은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KDI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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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이날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2%로, 내년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이는 KDI가 지난 5월 말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4%)에서 0.4%포인트(P) 낮춘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전망치 2.5%보다 0.2%P 낮췄다.

KDI는 내년 수출은 올해(물량 기준 1%)보다 3배 이상 높은 3.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4월에 제시한 4.4%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기는 하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입은 올해 0.6%감소하고 내년에는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7% 감소를 예상해 지난해 -2.4%에 이어 3년째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수요 회복과 올해 기저 효과로 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등으로 올해 4.3% 줄어들고 내년에도 4.1% 감소할 것으로 KDIㄴ,ㄴ 잔밍헸디/. 민간소비는 올해 1.9%, 내년 2.1% 증가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4%.내년 0.6%로 여전히 0%대에 머물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은행이 통화 정책에 참고하는 근원물가지수(변동성이 심한 석유류와 식료품을 제외한 값)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0.7%에 그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KDI는 "설비투자 부진이 제조업 경기 악화로 이어지고,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KDI의 전망은 다른 연구기관에 비해 아주 낙관적이다. 상당수 연구기관은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이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춰 잡았다. 금융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초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증권사 가운데서는 메리츠종금증권, KB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도 1.9%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은 1.8%로 전망치를 낮췄다.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의 시각은 이보다 더 암울하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친치(BoA메릴린치)는 1.6%, 모건스탠리는 1.7%로 내다봤다. 사정이 이렇지만 KDI는 애써 정부와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KDI는 한술 더 뜬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2.3%로 올해보다는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10일 "내년 경제 성장률은 2.2~2.3%를 넘기겠다"고 말하자 화답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경기흐름이 올해 3분기 바닥을 찍고 4분기부터는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KDI는 판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연구원이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낙관론 일색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하는 9개 해외투자은행(IB)의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다.

심지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로 발표한 LG경제연구원이 내년 성장률을 1.8%로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미래를 밝게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DI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미중 무역분쟁이 주는 부정의 영향이 올해 성장률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주정도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가 회복되는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한국의 수출 전망에 긍정의 영향을 나타낼 것이라는 시각 또한 수긍이 간다.

또 주요 기업들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올 4분기에 10조 9000억 원 규모 시설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에 9조3000억 원, 디스플레이 부문에 1조6000억 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할 예정으로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시설투자 계획(반도체 23조 3000억 원, 디스플레이 2조9000억 원) 가운데 지난 9월 말까지 집행된 것은 반도체 14조 원, 디스플레이 1조 3000억 원이어서 투자여력이 있다.

그럼에도 기업의 투자 계획을 경제전망에 반영하는 것은 성급하며 이런저런 전제조건을 달고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완화되는 추세"라면서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이 갑작스럽게 확대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기 부진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완만하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