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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충신인가? 간신인가?"…조선시대 류자광의 정치적 삶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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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충신인가? 간신인가?"…조선시대 류자광의 정치적 삶 재조명

류기성 작가 역사소설 '臣下'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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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인가? 간신인가?” 늘 역사책에 오르내리는 주제라 그리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세간에 이 질문이 새삼스레 화두(話頭)로 등장했다. 또한 언론들이 이 문제를 몰고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현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이 된 윤석열의 일련의 행동들을 두고 충신인가? 간신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촛불혁명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권한 대행의 자리까지 오른 황교안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면 누가 충신이고 간신일까? 간신과 충신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이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특히 조선시대의 수많은 사화(史禍)와 반정(反正)들을 접하면서 간신과 충신은 시대적 상황이라는 역사가 만든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한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사화와 반정으로 얼룩진 조선사회에서 간신과 충신을 걸러내는 데에는 더욱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이 완역되기 전에만 해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를 전부인 양 이해했다. 그러나 실록이 완역된 이후 실록에 기초한 올바른 사실들을 접하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들이 잘못 전해진 것임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의 향토사학자로 가야 역사 연구가인 류기성 작가는 최근 소설 '臣下'를 통해 그동안 잘못 전해 내려온 한 정치가에 대해 왜곡으로 얼룩진 삶과 그 내용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류 작가는 ‘류자광’이라는 걸출한 역사적 인물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그의 ‘간신’의 이미지를 벗기려는 작업에 나섰다. 류 작가는 조선시대의 신분 차별 제도 속에서 서출 신분 때문에 배척과 미움을 받던 ‘외로운 시대의 이단아’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조선시대에 서출 신분은 관직에 나아갈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과거 시험도, 높은 관직도 허용되지 않았고 출세(出世)에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오직 전쟁과 같이 나라가 위기에 닥쳤을 때 나라에 큰 공을 세운 경우 당상관(정3품)까지만 벼슬이 허용되었을 뿐이다.
유지성 소설가는 부산의 향토사학자로 최근 가야사 연구에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있다.
유지성 소설가는 부산의 향토사학자로 최근 가야사 연구에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있다.

그러면 이런 암울한 시대에 살았던 서출 신분인 류자광은 어떻게 정1품인 정승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간신 특유의 왕에 대한 아부와 아첨으로? 아니다. 그 해답이 바로 이 책 속에 있다.

류지광은 야사에서는 간신으로 그려지고 심지어 방송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는 간신의 표본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조선왕조실록 속에서는 간신으로 묘사되기보다는 사림(士林) 세력들로부터 미움과 배척을 받는 천한 서출 신분의 신하로 묘사가 되고 있어 상당한 차이를 느낀다.

실록에는 천한 신분이었던 류자광은 왕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서 높은 관직에 올랐으며 사림 세력이 질시하여 높은 관직에 임명되는 것을 반대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신분 차별의 높은 벽을 통렬하게 인식했던 비운의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실제로 류자광은 간신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리 금전적인 이익이나 뇌물 때문에 대간들로부터 비난이나 탄핵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랫동안 높은 관직에 있었지만 많은 재물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행을 안겨줄 것을 미리 예지하여 의식적으로 재물을 멀리하고 오히려 자신의 재물을 주위 백성들에게 나누어 준 기록들이 보인다.

부산에서 가야 역사 연구에 골몰하고 있는 올해 64세의 류기성 작가는 늦게 문학계에 진출해 '臣下'에 앞서 소설 '가야의 비밀'과 '아~! 진주성'을 집필하는 등 창작활동에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