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 칼럼] 칭기즈칸의 양꼬치 구이

공유
0


[G 칼럼] 칭기즈칸의 양꼬치 구이

center

어떤 사냥꾼이 바위산 정상 근처에 산양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산양은 졸고 있는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뿔이 웅장했다. 사냥꾼은 그 산양을 잡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산양이 있는 곳은 한참 높았다. 산 밑에서는 총을 사격하기가 어려웠다. 발사 각도를 잡으려면 산 위로 올라가야 했다.

한겨울이었다. 사냥꾼은 총을 어깨에 메고 찬바람 몰아치는 바위산을 한 치, 한 치 기어 올라갔다. 마침내 발사 각도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였다. 산양은 사냥꾼을 놀리기라도 하는 듯 산 밑으로 느긋하게 걸어 내려가는 것 아닌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산인데도 산양은 마치 미끄럼이라도 타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허탕이었다.

게다가, 더 어려운 일이 남았다. 바위산 밑으로 다시 내려가는 게 문제였다. 사냥꾼은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끼면서 올라올 때처럼 한 치, 한 치 기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산양은 ‘천적’을 만나면 바위산 같은 높은 곳으로 피신하는 ‘주특기’가 있다. 낭떠러지로 몰렸다가도 건너편 낭떠러지로 훌쩍 뛰어 넘기도 한다. 그러면 잡을 재간이 없다.

그래도 잡힐 때는 있다. 폭설이 내리면 가냘픈 다리가 눈에 푹푹 빠지는 바람에 동작이 굼떠지는 것이다. 이때를 노리면 산양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어떤 유명한 사냥꾼이 만주의 길림성에서 산양 10여 마리를 잡은 적 있었다. 사냥꾼은 그 산양을 평소에 신세 좀 졌던 ‘왕 대인’에게 보냈다.

귀한 산양을 10마리 넘게 보냈는데 반응이 없을 수 없었다. 왕 대인은 사냥꾼을 식사에 초청했다. 메뉴는 사냥꾼이 보내온 산양 요리였다. 사냥꾼은 그날 두 종류의 ‘양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하나는 ‘샤브샤브’였다. 몽골 사람들은 양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칭기즈칸의 군대에서도 양고기를 자주 제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싸움터에서는 요리방법이 간소해야 좋았다. 그래서 고안한 게 목욕통처럼 큰 그릇에 펄펄 끓인 물에 엷게 빚은 양고기를 살짝 넣었다가 익을 만하면 먹는 방법이었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둘러앉아서 ‘원조’ 샤브샤브를 즐긴 것이다.

또 하나는 ‘철판구이’였다. 철모 모양으로 가운데가 불룩한 철판을 달궈서 그 위에 고기를 굽는 방법이었다. 새우기름 또는 개기름, 간장, 샐러리, 마늘, 부추 등으로 만든 소스를 양고기에 발라서 굽는 것이다. 마치 요즈음의 ‘양꼬치 구이’였다. 왕 대인은 철판구이로 먹는 것은 ‘장교용’, 샤브샤브는 ‘사병용’이라며 권하고 있었다.

집에서 기르는 양은 가축 특유의 누린내가 약간 나고 기름기가 많지만, 산양고기는 그게 없다. 맛도 연하고 담백하다고 한다. 산양의 생피는 산돼지나 노루의 피처럼 ‘보약’으로 마시기도 했다. 재료가 훌륭하니 천하의 ‘진미’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산양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 월악산에 모두 1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다시 펼쳐본 작가 김왕석의 ‘사냥꾼 이야기’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