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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조선 말 닮은 ‘평화유지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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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조선 말 닮은 ‘평화유지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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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의 경지면적은 170만8000결(結)이었다. 그러나 왜란 후 국토가 황폐화하면서 54만2000결로 대폭 감소했다. 3분의 1 미만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곡창지역의 타격이 컸다. 경상도의 경지는 왜란 전 43만 결에서 왜란이 끝난 후에는 불과 16.3%인 7만 결밖에 남지 않았다. 83.7%가 날아간 것이다. 전라도도 44만 결에서 11만 결로 줄고 말았다.

농사가 산업의 전부였던 당시에는 ‘결’이 국가의 세입을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왜란 때문에 국가세입도 3분의 1 미만으로 줄어들고 만 것이다. 인구 감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경상도의 경우,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왜란 전에는 25.2%에 달했다. 하지만 왜란 후에는 12.9%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그 세금을 모두 나라살림에 쓰지도 못했다. 절반이 밖으로 새고 있었다.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은 이렇게 지적했다.

“왜란 때 왜군의 태반을 섬멸했으므로 저들은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저들은 우리나라를 중국의 속국처럼 생각하여, 다시 왜란을 일으키면 중국이 필시 지원군을 보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약을 맺은 뒤 경상도 세금의 절반을 왜관(倭館)의 왜인에게 주어서 남도의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왜란 후 경상도의 세수 비중이 12.9%로 떨어졌으면, 국가 전체 세수의 6.5% 정도를 주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남도의 평화가 ‘유지’된 것이다.

‘택리지’를 쓴 이중환(李重煥∙1691∼1756)은 이를 두고 ‘조공을 바치는 것과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금처럼 관(館)을 지어주고, 세조를 주는 것은 조공을 바치는 것과 같으니 하루 빨리 폐지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자그마치 50억 달러를 제시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50억 달러면 우리 돈으로 6조 원이다. 올해 방위비 1조 300억 원의 무려 5배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평택 주한미군기지는 해외 주둔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고 했다. 미군과 가족 등 4만5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 정부는 예산 18조 원을 투입, 이 기지를 조성했다. 기지 조성과 이전비용 가운데 94%를 부담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해외 미군기지여서 전략적 가치도 매우 크다고 했다.

우리는 엄청난 규모의 ‘관(館)’을 지어주고 주둔비용까지 대폭 올려주게 생긴 셈이다. 시쳇말로 ‘봉’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조선 후기와 닮은꼴이다.

국방부의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소요재원이 290조5000억 원에 달했다. 첨단전력을 증강하는 방위력개선분야에 103조8000억 원, 전력운영분야에서는 187조7000억 원 등이 투입된다고 국방부가 발표한 바 있다.

엄청난 국방비를 지출하지만 우리가 남의 나라를 공격할 가능성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부담하는 ‘평화유지비용’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