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엔터 24] 미국 인기래퍼 T. I. 18세 딸 ‘처녀막검사’ 만행으로 떠오른 비도덕성 논란

공유
0

[글로벌-엔터 24] 미국 인기래퍼 T. I. 18세 딸 ‘처녀막검사’ 만행으로 떠오른 비도덕성 논란

자신의 딸에게 처녀막이 흠이 없는지 의사에게 물어본 것을 털어놓으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래퍼 T.I. 이미지 확대보기
자신의 딸에게 처녀막이 흠이 없는지 의사에게 물어본 것을 털어놓으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래퍼 T.I.


얼마 전 래퍼 티아이(T.I.)의 행동에 세계가 경악했다. 18세 딸이 정기 부인과검진을 받을 때 의사에게 “처녀막이 없는지 확인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39세의 이 인기래퍼는 팟 캐스트 ‘Ladies Like Us’에서 “병원에 따라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닥터가 나와서 말을 꺼냈다. 닥터는 역시 프로였다. 의사가 딸에게 정보공유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서류에 사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나는 그 서류에 사인하며 딸에게 아버지에게 알려지기 싫은 일 따위는 없느냐고 물었으며, 아무것도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말했다.

T.I.는 한 술 더 떠 섹스 외에도 처녀막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며(기계체조나 승마 등으로) 자신은 그것을 알고 검사를 의뢰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봐 닥터, 그녀는 승마도 하지 않고 자전거도 안 탄다. 스포츠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아무튼 제발 처녀막 유무를 알아봐 줘.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알려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15세의 아들에게도 그런 조치를 취할 것인가를 묻자 T.I.는 ‘노’라고 답하면서 “실제로 아들이 성욕이 왕성한 것은 잘 알고 있고 그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T.I의 발언은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의 분노를 사기 위한 모범답안인 것이 틀림없으며.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18세의 딸에게(법률상으로는 성인) 처녀막검사를 억지로 시키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한편으로, T.I.의 이중적 기준에 주목해 딸이 섹스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말이 많으면서 남자인 동생에 대해서는 성에 적극적인 것을 칭찬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 사람들도 있었다.

확실히 T.I의 발언은 확실히 분노를 자아내는 한편, 알려지지 않은 비도덕적인 현실도 드러났다. 처녀검사는 전 세계에 보급되어 있고 역사적으로는 이를 빌미로 젊은 여성이 벌 받고 고문당하고 나중에는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보통 처녀성 검사에서는 의사가 2개의 손가락을 여성의 질에 삽입하는 처녀막 유무 검사법에 의해 표시한다. T.I. 본인도 지적했듯이 처녀막이 흠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처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도나 터키, 이집트, 남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결혼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검사가 이뤄지지만 다른 목적을 위해서도 실시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성경찰관의 적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도 행해지고 있다.

한편 처녀검사에서 ‘불합격’이 될 경우 터무니없는 벌칙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 혼전성관계를 범죄로 보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18년까지 여성과 소녀가 처녀검사에서 불합격된 경우 최대 3개월까지 수감하는 것이 법률로 인정받았다. 심지어 과격한 경우 처녀검사를 탈락한 젊은 여성이 자살하거나 또는 일가의 체면을 구겼다고 해서 가족들로부터 살해당하기도 했다.
처녀검사 이야기는 해외 여러 나라의 관습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T.I.의 발언에서 드러났듯이 미국 이외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나서는 것은 잘못이다. 의사에서는 처녀검사는 반도덕적이라고 비난이 거론되고 있지만 ‘마리 클레르’지가 2019년 조사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연방법에도 주 조례에도 처녀검사를 금지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미산부인과학회(ACOG)는 처녀검사가 의학적 근거가 없고 유효한 의료조치가 아니라는 것을 이유로 처녀검사와 관련된 공식가이드라인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 술 더 떠 노스웨스턴 대학의 산부인과 조교수이자 의학박사인 ACOG 일리노이지부의 법무부장 모라 퀸란은 “처녀검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롤링스톤’지에서도 “의료검사로 여성이 처녀인지 아닌지 증명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속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이 같은 검사가 비밀리에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6년 288명의 내과의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가 부모 또는 가족에게서 이에 대한 검사의 실시를 의뢰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중 34%가 실제로 실시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마리 클레르’지 취재를 받은 다수의 내과의사가 환자를 위태롭게 하기 싫어 허위의 결과를 전했다고 답했다).

처녀검사의 과학적 근거가 의심스럽고 여성들에 억지로 굴욕적 행위를 당하게 하는 것은 명백히 비윤리적인 만큼 인권보호단체들은 전 세계에서 처녀검사를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8년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처녀검사는 소녀와 여성의 인권침해이며, 여성이나 소녀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복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 세계에서의 이러한 검사의 퇴치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법률이나 가이드라인이 결여되고 검사를 금지하는 법률도 없는 이상 여성의 순결에 대한 구시대적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신념의 이름하에 T.I. 같은 남자가 딸에게 이런 모욕을 받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법은 거의 없는 아쉬운 실정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