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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펜벤다졸 사태'에 또 '뒷짐'지는 보건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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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펜벤다졸 사태'에 또 '뒷짐'지는 보건당국

최근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보건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펜벤다졸 사태는 미국에서 한 폐암 말기 환자가 이를 복용하고 질환이 완치됐다는 유튜브 영상이 국내에 퍼지면서 시작됐다. 특히 폐암 4기를 판정받은 개그맨 김민철 씨가 지난 9월 직접 펜벤다졸을 복용하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됐다.
최근에는 펜벤다졸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펜벤다졸이 말기 암 환자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로 떠오르면서 약국과 동물병원에서 동물용 구충제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 수요가 많아지면서 재고가 부족해지자 해외직구로 눈을 돌리는 환자들도 많다.

이에 보건당국은 펜벤다졸 등 동물 구충제 복용 주의를 당부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아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장기간 투여했을 때 혈액이나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건당국의 주의가 정말 주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의 위험성은 상당하다. 보건당국도 이를 가장 걱정하고 있지만 동물 구충제 복용 금지를 권고할 뿐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말기 암 환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공감공력, 즉 '환자 감수성'이 부족하다. 환자들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물 구충제를 손에 들었다. 복용 부작용이나 정책적인 부분을 떠나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공감하는 능력이 없는 보건당국은 이들의 행동을 말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보건당국은 늘 보이던 '우이독경(牛耳讀經)'의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국내외 의약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국내 암 환자들이 합리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자세한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국민에게 이를 전달해야 하지만 복용 금지만을 말로만 외치고 있다. 그것도 김철민 씨가 구충제를 복용한 지 두 달이 지나가도록 보건당국이 추가한 조치는 전무하다.

논란이 크지만 펜벤다졸 사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말기 암 환자들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동물 구충제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현상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보건당국은 입으로만 복용 금지를 강조하지 말고 전문가와의 협력과 외국 사례 분석 등 현실적인 조언을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