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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당신의 부동산 소유권 안전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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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당신의 부동산 소유권 안전하신가요?

실제 소유권 공식등록 외국인은 800명에 불과…수천명으로 알려진 한국인 투자자 어떻하나

베트남에서 주택 구매시 핑크북 발급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소유권 인정이 되지 않으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에서 주택 구매시 핑크북 발급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소유권 인정이 되지 않으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지난 2014년 외국인에 대한 주택소유가 허용된 이후 베트남에서 본인 명의로 부동산 소유자 등록절차를 공식적으로 마친 외국인은 800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왜냐하면 지난 수년간 많은 한국 투자자들이 호찌민이나 하노이, 다낭 등 베트남의 대도시에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에 발표된 800명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번 수치는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그렇다면 많은 한국인 투자자들이 주택을 사 놓고도 공식적인 소유권(핑크북)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 '묻지마 투자' 악용한 장삿속에 사라진 소유권


건설부가 최근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현황에 대해 국회 외교위원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2014년 새로운 주택법 시행으로 외국인이 공식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게 된 이후 소유자 등록이 완료된 외국인과 외국계 기업은 약 800개로 확인됐다고 현지 매체인 브이엔프레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국인 개인과 기업이 구입한 주택은 주로 하노이, 호찌민, 다낭, 하이퐁 등 대도시였다. 이외에는 공단이 많은 지역인 바리아-붕따우, 빈즈엉 성, 동 나이 성, 캉화 성, 동탑 성, 껀터 시, 빙롱 성, 훼 성 등 지방에도 주택을 구입했다.

이번 조사는 외국인의 부동산 불법소유 문제가 불거지면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베트남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많은 외국인들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현지인들의 명의를 빌리거나 세탁된 명의로 주택은 물론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토지를 사재기를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베트남 정부는 심각한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외국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베트남 부동산 실 소유자 등록수치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불똥은 한국인 투자자에게도 옮겨 붙었다. 수년동안 쉬쉬 하면서 한국인 투자자들에게 외국인 소유권이 발행되는 프로젝트인 것처럼 허위 또는 과장광고로 주택을 팔아온 한국인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민낯도 함께 드러났다.

현지 한인대상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 중심가의 고급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면서 외국인 소유권을 뜻하는 일명 '핑크북' 발행 인가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발행이 확정됐거나 곧 발행이 예정된 프로젝트인 것처럼 판매해 왔다.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체제의 특수성을 악용한 것이다. 호찌민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하노이보다 더 많은 한국인 투자자들이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핑크북을 받은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올해 상반기 호찌민 부동산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호찌민에서 외국인에게 소유권이 발행된 프로젝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대부분은 본인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줄로 착각하고 있다. 부동산 업자의 말대로 행정적인 절차상 문제로 핑크북의 발급이 늦어지는 줄로만 알고 있다.

실제로는 주택법이 개정된 2014년부터 현재까지 호찌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핑크북은 한번도 발행되지 않았다. 오죽 했으면 베트남 현지에서도 하노이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핑크북을 발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호찌민을 홀대한다는 불만까지 나왔을까.

하노이에서 1급 부동산 중개회사와 법무법인을 운영중인 쯔엉 대표는 "무조건 핑크북이 발행된다는 말을 믿으면 안 된다. 실제로 발급 가능성이 있더라도 몇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그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유권을 보호받기 어렵다"고 충고했다.

그는 "계약서를 보면 핑크북 인가가 나지 않은 프로젝트들은 매매 계약서가 아니라 임대계약서가 나온다. 하지만 현지어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이 봤을 때에는 구분을 하지 못한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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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투자자 대상 '딱지장사'도 기승


한편, 한인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판매하는 딱지매물에 대한 주의보도 나온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빈홈즈의 아파트 단지처럼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고급 프로젝트의 경우 업자들이 미리 계약금과 선금 형태로 총액의 10%를 내고 현지 직원들 명의로 여러채를 선 분양받은 다음 프리미엄을 얹어서 되파는 '딱지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네이버의 부동산 블로그 같은 곳에 이런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 외국인 분양물량이 완판됐으며, 이후 프리미엄이 많이 붙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다음에는 우연히 개인사정으로 급하게 좋은 가격에 매물이 나온 게 있다며 지금 사두면 좋은 투자가 된다는 식으로 투자자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로 넘긴다.

예를 들어 3억 원짜리 아파트에 3000만 원을 내고 분양을 받은 다음, 중도금을 내기 전에 프리미엄을 30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 원 까지 받고 되팔고 있다. 베트남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호재에 매달려 한몫 벌겠다는 욕심에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주요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한국 컨설팅 사무소를 운영하는 주모 대표는 "베트남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맞지만 단기간에 한국의 사례처럼 몇배씩 뛰기는 현지 경제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심부에 있는 고급 부동산이라도 분양가격과 분양일을 기준으로 1년 안에 10% 이상 프리미엄이 붙는 전매건의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