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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임기 반환점’과 경제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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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임기 반환점’과 경제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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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김상조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초청 경총 회장단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른바 ‘실세’라고 할 수 있는 김 실장의 면전에서 작심한 듯 ‘쓴소리’를 털어놨다.
손 회장은 “지금은 민간의 경제 활력을 되살려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주 52시간제 같은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손 회장은 “정부가 최근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중소기업 계도기간 부여 같은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기업 현장의 기대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19∼20일에는 경총과 중견기업연합회, 현대경제연구원, 자동차산업연합회 등 무려 19개 단체가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국회와 정부 정책을 성토했다. 19개 단체가 이틀 연속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인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19일 포럼에서 자동차산업연합회 정만기 회장은 “20대 국회 기준 연평균 입법 건수는 1700여 건인 반면 미국은 연평균 210건, 일본 84건, 영국 36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20일 포럼에서는 조철 산업연구원 본부장이 “2008년부터 작년까지 환경부가 도입한 신규 규제 누적 건수는 509건이고 매년 30∼80건의 기존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거의 모든 자동차 환경규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경제계의 목소리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과 비슷한 시점에 높아지고 있어서 주목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경총과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가 기자회견을 갖고 ‘주요 경제 관련법의 조속 입법화를 촉구하는 경제계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5개 단체가 밝힌 주요 경제 관련법은 ▲주52시간 근무제 보완(근로기준법) ▲데이터 규제완화(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화학물질 관련 규제완화(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이었다.

그동안 경제계는 입을 크게 열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017년 8월 31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한상의 회장단 조찬간담회에서 “대한상의가 경제계의 맏형”이라며 전경련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당시 백 장관은 “대한상의가 경제계를 대표하는 정책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며 “산업부와 대한상의 간 지속 가능하고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민관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했었다.

하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며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진정한 단체’라고 한 적도 있었다.

전경련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존립 여부마저 위태로울 정도로 위상이 추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랬던 경제계가 ‘임기 반환점’이 지나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만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기업들의 장사가 ‘엄청’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수출이 꼬박 1년 동안 ‘마이너스 증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작년 12월 1.7%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월 6.2%→ 2월 11.3%→ 3월 8.4%→ 4월 2.1%→ 5월 9.8%→ 6월 13.8%→ 7월 11.1%→ 8월 13.9%→ 9월 17.7%→ 10월 14.7%의 감소율을 각각 나타냈다. 이달 들어서는 20일까지 9.6%가 또 감소했다. 월말까지 급격하게 회복되지 못할 경우, 정확하게 1년 동안 내리 ‘마이너스’ 증가율로 허덕이게 생긴 것이다.

소위 ‘소규모 개방 경제체제’에서 수출이 이렇게 위축되면 기업은 막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수출이 부진해지면 기업은 매출상황이 악화되고, 이는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일자리’로 늘릴 재간이 없다.

기업들의 영업실적 악화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12월말 결산 코스피 상장기업은 올 들어 9월말까지 영업이익이 38.77%, 순이익은 45.39%나 감소했다. 매출액도 달랑 0.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렇게 장사가 어려운데 정부 정책은 여전히 ‘소주성’이다.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도 ‘별로’다.

되레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와 관련,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효과가 3분기에는 본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이라며 “앞으로도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니, 경제계가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독설가로 유명했던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1856∼1950)가 ‘낙천주의자와 염세주의자’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간단하지. 술병에 술이 반쯤 남아 있다고 하자. 그것을 보고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하면서 기뻐하는 게 낙천주의자, 절반밖에 안 남았다고 탄식하는 것이 염세주의자야.”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