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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트럼프 행정부는 왜 퀄컴을 감싸고 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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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트럼프 행정부는 왜 퀄컴을 감싸고 돌까?

1심, “퀄컴, 관행 바꿔라”...내년 항소심 판결 주목
법무·국방·에너지부 가세 퀄컴 칩판매 관행 면죄부
FTC, “라이선스 받아야 칩주는 정책은 반경쟁적”
퀄컴, “로열티는 계약법 상 문제...반독점과 무관
R&D에 쓴 비용 보상받는 차원이어서 문제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퀄컴은 5G본격 개화시점인 내년에 칩판매 관행에 대한 항소심의 판결을 받게 된다. 재판은 2월부터 시작되지만 결정은 내년 어느시점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사진은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 사진=로이터, 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퀄컴은 5G본격 개화시점인 내년에 칩판매 관행에 대한 항소심의 판결을 받게 된다. 재판은 2월부터 시작되지만 결정은 내년 어느시점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사진은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 사진=로이터, 글로벌이코노믹 DB
내년에 전세계적 5G이통 본격 개화를 앞두고 세계최대 통신칩 회사 퀄컴의 입지와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 5일까지 하와이에서 테크서밋을 열어 내년도 5G통신 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관심 사항이 어찍 기술개발 성과에만 국한될까. 글로벌 기업 퀄컴의 불공정행위 판결 향배는 어쩌면 신기술 발표 내용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이후 판결은 퀄컴이 기존 관행을 유지한 채 안정적 경영으로 갈지, 변곡점을 맞는 분기점이 될지를 가를 것이기 때문이다.

퀄컴은 지난 5월 미국 연방거래위(FTC)의 불공정한 칩판매 관행 제소 결과 미 캘리포니아지법서 기존 관행을 바꾸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일단 항소심이 받아들여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까지 받는 상황이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 엇갈린 2가지 입장에 대해 정리해 보고 다음달 하와이에서 열릴 퀄컴의 차세대 5G칩을 이해하면 5G통신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지난 5월 22일부터 현재까지의 퀄컴 칩판매 불공정 비즈니스 관행 경과를 살펴본다.

■퀄컴 5G기술이 5G시대 IT 패권확보의 첨병


트럼프 행정부는 퀄컴을 5G시대 IT패권 확보의 첨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의 공정거래위 격인 미 연방거래위(FTC)는 어디까지나 반독점법 위반 여부만을 봤고 사법부의 1차 판결도 불공정 관행으로 결론났다. 퀄컴은 판결 유예 신청을 해 받아들여졌고 공은 내년 2월 시작될 미 제 9 순회법원 항소심에서 결정나게 됐다. 퀄컴은 일단 항소심 결정이 나기까지 자사의 칩 판매 사업 관행을 유지할 기회를 번 셈이다.

루시 고 미 캘리포니아 지법 판사는 지난 5월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에 자사 칩을 파는 방식이 바뀔 수도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미연방거래위(FTC) 쪽 손을 들어 주면서 퀄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듯 했다. 그러나 7월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퀄컴의 칩판매 사업 관행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퀄컴은 살아났다. 주가가 당장 5%나 오르면 분위기가 상승했다.

왜 그랬을까.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부터 본격 개화할 5G통신 시대에 퀄컴이 불공정 사업관행을 이유로 미국내에서 제재를 받으면 중국 화웨이와의 5G경쟁에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는 물론 5G이통칩 기술까지 확보하면서 퀄컴 5G폰 칩과 직접 대결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퀄컴 지지는 5G확산이 향후 경제에 절대적 파급효과를 가져다 주리란 예상이 나오는 마당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퀄컴에 손실을 줌으로써 반대 급부로 중국(또는 중국 회사)에 좋은 일을 시켜 줄 수 없다는 속내도 읽힌다. 내년 2월은 스페인에서 세계최대 모바일행사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가 열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국익을 위해 기업에 면죄부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미FTC는 왜?


그렇다면 FTC는 왜 퀄컴의 비즈니스 관행에 반발해 제소한 것일까.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FTC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에 대한 판단만을 기준 삼고 있다.

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창업자가 윈도를 가지고 독점권자로서 반독점법을 위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당시에는 법무부도 가세했다. 어쩌면 화웨이 같은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FTC는 퀄컴의 “‘라이선스를 안받는 스마트폰 업체에 칩을 주지 않는(no license, no chips)’정책은 반경쟁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용되는 칩 가격 대신 휴대폰 판매가격의 일정비율을 로열티로 지불케 하는 퀄컴식 로열티 계산 방식도 불공정 관행에 포함됐다. 게다가 퀄컴이 자사의 표준 필수 특허(SEP)를 허락하지 않은 점도 지적받았다. 이는 칩 사용 업체들이 국제 기술 기준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한 경쟁사의 필수 특허를 획득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받지 않는(F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받도록 한 것이다.

퀄컴은 자사의 로열티 문제는 계약법 상의 문제로서 반독점 사례 포럼에서 들을 얘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연구개발(R&D)에 쓰는 돈을 보상받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FTC는 퀄컴, 법무부, 국방부, 에너지부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고 판사는 판결문에서 “퀄컴이 현재 휴대폰 제조업체와 맺은 계약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판사는 판결문에 “퀄컴의 라이선스 관행은 수년간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와 프리미엄 4G LTE 모뎀 칩 시장에서의 경쟁자들의 목을 졸랐고 이 과정에서 경쟁사, 스마트폰제조사, 최종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썼다.

퀄컴은 예상대로 이 판결에 항소했고, 가까스로 제 9 순회 항소법원에 처분 유예를 신청했다. 이로써 퀄컴은 법적 옵션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고 사장의 판결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퀄컴으로선 판결 이전 상태 유지를 요구할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었다. 모든 계약에 대해 재협상하는 것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 판사 판결 이전 유지 상황에서 항소에서 이겨 기존 판결을 뒤집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5G시대 미국 IT경쟁력이 더 중요했다


항소와 관련해 말하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 FTC와 반대쪽 입장이다. 고 판사가 이 판결을 내놓기 전 트럼프 측 관계자는 그녀에게 “퀄컴에 대한 어떠한 벌칙 부과도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 정도다.

이 사건이 항소법원에서 심리될 예정인 가운데 미 행정부는 분명 퀄컴의 손실이 IT와 국가 안보에 있어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윌리엄 바 장관이 이끄는 미 법무부는 “퀄컴의 사업 관행에 반경쟁적인 것은 없다”고 말해 미 FTC를 정면으로 반박했을 정도다. 이는 미국에서는 FTC와 함께 반독점법을 다루는 쌍벽인 법무부가 이견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국방부와 에너지부도 항소법원에 “퀄컴에 대한 판결이 미국의 군,에너지,원자력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법무부에 합류했다.

이는 결국 세계 최대 스마트폰 칩 공급사인 퀄컴의 사업관행에 대해 미-중 5G칩 경쟁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퀄컴에 손실을 주지 않고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퀄컴이 항소심에서 패할 경우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 더 중요한 것은 퀄컴이 항소심에서 패할 경우 미국 내 5G 구축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다.

차세대 무선 통신은 처음에는 4G LTE보다 10배 빠른 다운로드 데이터 속도를 제공하고 새로운 사업과 산업의 창출을 이끌 것이다. 5G를 먼저 사용하는 국가들은 세계 경제에서 큰 이점을 얻게 될 것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X50과 X55 통신칩(모뎀)은 스마트폰을 5G 통신망과접속할 수 있게 해 준다. X50 모뎀은 극초단파 밀리미터파 주파수와 호환되며, X55모뎀은 밀리미터파와 6GHz 이하의 전파에서 모두 작동된다.

그러나 미 FTC에 관한 한 퀄컴과 법무부는 고 판사의 판결이 ▲어떤 식으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지 ▲어떻게 그러한 고려가 퀄컴의 미 독점금지법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보여주지 않았다.

미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제9회 순회 항소법원은 지난 2월부터 변론을 시작해 내년 중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퀄컴으로선 이 판결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 내년은 특히 전세계 5G이통 통신이 본격 개화를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